상실과 아픔 보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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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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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임 작가 5년만에 소설집… 단편 8편 실려

 

저녁 식사가 끝난 뒤
함정임 지음 l 문학동네 l 224쪽 l 1만2000원

 중견 소설가 함정임의 소설집 ‘저녁 식사가 끝난 뒤’가 출간됐다. ‘곡두’ 이후 5년 만에 낸 소설집이다.
 2007년부터 2013년 발표한 작품들을 묶은 이 소설집에는 2012년, 2013년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에 실린 ‘저녁식사가 끝난 뒤’와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을 비롯해 모두 여덟 편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표제작 ‘저녁식사가 끝난 뒤’는 P선생의 주선으로 결혼한 사람들이 저녁식사를 하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미 세상을 떠난 P선생을 추모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식사를 준비하는 주인공 순남의 하루를 조용히 관조하듯 그려낸 이 소품은 유산 등 그녀를 스쳐간 아픔의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밤의 관조’의 주인공 유진도 비슷한 아픔 속에서 살아간다. 첫사랑이 떠나고 난 뒤 한 번의 중절 수술을 경험한 유진은 세 번째 유산 후 친구의 초대를 받아 경주로 떠난다. 죄책과 아픔은 세월의 흐름과 함께 쌓여가지만, “그러니까 살아 있는 것은 끊임없이 나아가는 행위라는 것”을 새삼 깨달으며 다시 한 번 ‘생’을 다짐한다.
 수년간 짝사랑하던 대상이었지만 고백마저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한 남자의 회한을 그린 ‘오후의 기별’, 멕시코로 떠난 애인을 평생 기다렸던 한 여자의 이야기가 녹아있는 ‘기억의 고고학-내 멕시코 삼촌’, 옛 애인이 머물렀던 자취를 따라 프랑스 곳곳을 누비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어떤 여름’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기다림과 상처로 뒤범벅된 삶을 살아간다.
 상실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입양아들의 이야기들도 마음을 건드린다. 미국의 한 중산층 가정에 입양된 무일은 양부모에게 벗어나고자 악착같이 공부해서 대학을 졸업한 후 뉴욕의 한 회사에 취업했지만 결국 명예퇴직 신세에 놓인다. ‘어떤 여름’의 장(Jean)도 흥청망청 살다가 허무 속에서 사십 대를 보낸다.
 세계 곳곳을 누비며 식도락의 즐거움을 담은 에세이 ‘먹다, 사랑하다, 떠나다’라는 책까지 낼 정도로 스스로 ‘노마드’임을 자처하는 함 작가는 이번 소설에서도 세계 곳곳을 누빈다.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해 빅토르 위고의 고향인 프랑스 브장송, 네팔의 산정호수, 멕시코, 뉴욕을 비롯해 부산과 경주 등 다양한 곳에서 주인공들의 상처를 펼쳐보이고, 이를 보듬는다.
  함 작가는 “소설 쓰기란 추모의 형식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며 “미처 다가가지 못한 미처 풀지 못한 미처 주지 못한 그들에게 이 하찮은 소설 조각들을 바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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