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 움트는 ‘묵은 껍질 벗기’
  • 김용언
경북에 움트는 ‘묵은 껍질 벗기’
  • 김용언
  • 승인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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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경북 성주에서 ‘자기 혁신’을 다짐하는 소리가 들린다. 보조금 신청을 자제하겠다고 했다. 갖가지 행사에 기관단체장들을 불러다 앉히는 관행도 깨겠다고 했다. 관급 뉴스가 아니다. 사회단체협의회의 ‘결의사항’이다.
 관(官)주도로 흐름이 형성돼온 틀이 부서져 나가는 소리다. 지난달 19일 있었던 일이라고 매일신문이 보도했다. 자칫했으면 “그게 그 소리지… 별 수 있겠어”하고 묻힐 뻔 했다. 한발 늦게라도 빛을 봤으니 반갑기까지 하다.
 김관용 지사도 반색한 낭보인 모양이다. 성주군의 변화를 눈여겨보도록 간부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의 결의가 에누리 없이 실행된다면 지자체로서는 민간의 지원을 받는 셈이다.
 예산낭비를 줄일 수 있고, 단체장의 행사참석 빈도도 줄어들 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행정력 낭비에 안전장치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잠자다 말고 봉창 긁는 소리가 아니길 바란다. 아무런 이해상관 없는 사람들에게도 귀가 번쩍할 소리처럼 들린다.
 온 나라가 그렇겠지만 성주군 또한 사회단체가 태평성대를 누리듯 하는 것 같다. 주민 460명에 1개씩 사회단체가 활동하는 셈이라고 한다. 공식 등록단체가 76개다. 비공식 단체까지 합하면 100개가 넘는 실정이라고 한다. 군민 숫자가 4만6000여명 뿐인 현실을 생각하면 비온 뒤 죽순 솟듯 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토록 넘쳐나는 사회단체들이 지난해 성주군에서 받은 보조금은 3억4000만원이 넘었다. 적은 덩어리는 300만원이었다. 덩치 큰 보조금은 1000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꿀단지 같은 이 보조금을 줄여 받겠다는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의 ‘자체 결의 이후’에 눈길이 간다. 다짐을 했으니 줄어들기는 할 게다. 문제는 규모다. 과연 얼마나 줄어들 것인가? 관심이 크다.
 보조금은 사용처의 ‘투명성’이 늘 문제를 일으켜 애물단지 노릇을 해오고 있다. 그 잘못된 사례를 일일이 되짚어가며 늘어놓을 필요조차 없을 지경이다.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꿀물이 누구의 ‘빨대’속으로 빨려들어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말썽이 돼 온게 현실이다.
 농업보조금도 그랬고,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들통난 것은 북극바다에 떠다니는 얼음 한 조각에 비유되고 있을 정도다. ‘눈먼 돈’인데 왜 못먹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다.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소리는 이래서 나온다. 보조금이 자칫하다가는 전과자를 양산하는 온실이 될 판이다.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 원인은 일일이 꼽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눈먼 돈’의 유혹에 군침을 삼키는 게 가장 문제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보조금 집행을 감시할 행정력이 태부족임을 관계자들도 굳이 부인하려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어찌보면 탐심과 감시 부족이 손뼉을 마주치는 구조인 셈이기까지 하다. 시쳇말로 하면 행정의 ‘싱크홀 현상’이다.
 각종 보조금의 누수(漏水)는 제방에 뚫린 개미구멍 역할을 하게 될 것만 같은 위기감을 갖게 한다. 그 틈새로 공분(公憤)이 스며들어 결국은 터지게 생겼다. 제도 자체도 크게 손질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기관단체장의 각종 행사 출석 요청 자제 또한 성주군 사회단체협의회의 자발성(自發性) 결의다. 이는 최근 포항·영천시의 허례허식(虛禮虛飾) 배척선언과 맥이 통하지만 성주에서는 민(民)이 앞장 선 셈이다. 따지고 보면 이 겉치레 배격 움직임은 새로운 것도 아니다. 여러 해 된 일이다.
 전임 박승호 포항시장 재임 중에 이를 시행하겠다고 두 팔 걷은 일이 있다. 최근 포항시와 영천시가 내놓은 실천방안의 종합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 다짐이 되살아 난 것은 그동안 시행이 부실했다는 소리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시행되지 않는 다짐은 뿌리뽑힌 식물과 다를 게 뭔가.
 성주군민의 대변신 시도는 그 울림이 크고 깊어야 한다. 사회단체협의회가 ‘한번 해본 소리’로 그치게 해서는 너무 아깝다. 울림을 살리려면 민(民)과 관(官)의 호흡이 맞아야 한다. 그리고 성주군 안에만 머무는 작은 변신이어서도 안 된다.
 이미 포항·영천·성주가 뜻을 모아가고 있는 움직임이다. 경북 23개 시·군 모두 하나가 되어 큰 흐름을 이뤄야 한다. 이 또한 ‘제2의 새마을운동’이라 일컬어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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