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 법정 기념일로 지정된 지 35년째 되는 날이다. 이날만큼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차이가 없는, 마치 모두가 행복하고 동등한 날이 된 것처럼 세상이 훈훈해진다.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는 올해도 어김없이 각종 시상식과 운동회, 문화행사 등이 다채롭게 열린다. 장애인의 날은 원래 민간단체가 1972년부터 개최해오던 ‘재활의 날’ 행사에서 비롯됐다.
정부가 1981년 법정 기념일로 정한 뒤로는 정부 주도로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다. 어찌 보면 연례적으로 여는 전시성 행사 같지만 장애인 문제 인식 전환과 장애인 복지향상에 어느 정도 기여를 했다고 인정할 만하다. 장애인 인권과 복지에 무지하고 무심했던 국가와 사회 일반의 인식에 큰 변화를 일으켰을 뿐 아니라 제도적 발전을 앞당기게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전국 장애인운동단체들은 자체 행사를 열어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억압을 은폐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의 53.3%에 불과하고, 장애인 가구의 빈곤율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3배나 된다는 현실을 지적했다.
장애인들이 직면한 빈곤과 실업, 폭력, 사회적 소외를 해결하는 것이 보여주기식 행정과 입법활동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장애보건법이나 장애인권리보장법과 같은 법 제정 노력이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야 말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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