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둥회의 60주년 정상회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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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둥회의 60주년 정상회의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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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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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5년 4월 인도네시아 반둥에 아시아, 아프리카의 29개 신생독립국 대표들이 모였다. 동서 냉전이 대세인 때였다. 서구 자본주의 진영인 제 1세계와 동구 사회주의 진영인 제 2세계에 포함되지 않는 독자적인 제 3세계 진영을 구축하자며 자주·독립·비동맹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건 이 회의는 이후 60~70년대를 지나면서 비동맹그룹이 국제정치의 한 축을 이루게 한 모티브가 됐다.
 이후 냉전의 시대가 지나고 반제국주의 깃발도 퇴색하면서 반둥회의의 정신은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상호 협력과 외교적 활로를 모색하는 중요한 결속체로 기능하고 있다. 이 반둥회의가 창설된 지 60년이 흘렀다.
 22일부터 사흘간 열리게 될 반둥회의 창설 6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는 주요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할 것이라고 한다. 특히 최근 동북아 정세의 민감성을 고려한 듯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일본 아베 신조 총리, 북한정권의 수반격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참석한다.
 주목할 것은 회의 기간 이들 동북아 국가 정상 및 최고위급 인사들간 회동이 성사될지 여부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일 “중일이 역사 인식과 영토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지만 최근 대화의 기회를 계속 늘리고 있다”며 아베 총리가 반둥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9일 중일 의회 교류가 재개되고, 지난달 19일에는 양국간 안보대화가 4년만에 열려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여기에 양 정상의 회동까지 성사된다면 그 자체가 동북아 정세의 기류 변화로 읽힐수 있다는 점에서 간단치 않은 사안이다. 이와 함께 북한 김 상임위원장과 시 주석이 만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 주석은 재작년 5월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최룡해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을 접견한 이후 북측 주요 인사를 만난 적이 없다. 시 주석이 김 상임위원장을 접견한다면 이는 김정은과의 회동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납북자 문제 해결을 북일 관계 개선의 최우선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는아베 총리가 김 상임위원장을 전격적으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반둥회의를 계기로 서로 냉랭했던 중·일, 북·중, 북·일 관계가 개선의 계기를 마련한다면 동북아의 정치지형은 또 한번 요동치는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이런 중요한 회의에서 우리의 존재감은 상대적으로 미약해 보인다. 이 회의에 우리 정부를 대표해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참석한다고는 하나 격을 고려할때 주요 국가 정상들과의 만남은 기대하기 힘들다. 꽁꽁 얼어붙은 남북 관계로 인해 김 상임위원장과의 회동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물론, 반둥회의에서 동북아 정세를 좌우할 중요한 사안이 논의된다거나 반드시 이 회의에서 중, 일, 북 등과머리를 맞대야할 절박한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외교는 의전이고 만남이며 무엇보다 모멘텀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외교부가 이번 반둥 회의를너무 가볍게 본 것은 아닌지, 외교의 우선순위를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동북아 주변 정세의 흐름이 우리 정부가 예측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흘러가거나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면 우리 외교는 고립될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외교 당국자들은 귀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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