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의 콧방귀
  • 김용언
공직자의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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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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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언
[경북도민일보]  흔히들 “우려(憂慮)가 현실이 됐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 가슴앓이하던 근심 걱정이 덜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탄식처럼 내뱉을 수 있는 말이다. 걱정은 돼도 ‘설마’를 되뇌던 장면이 현실로 나타나면 일을 당하는 사람은 어떻게 반응할까? 털퍽 주저앉아 가슴을 칠까? 아니면 두 눈 감고 두 귀를 막아버릴까? 어찌 하건 딱한 노릇이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일이 최근 포항에서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7일 밤 포항시 북구 두호동 영일대 해수욕장 화재사건이다. 정확히 말하면 불이 난 곳은 해수욕장 인근의 한 모텔이다. 불만 난 것이 아니다. 모텔 손님 1명은 새카맣게 그슬려 숨졌다고 보도됐다. 3명은 다쳐 병원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귀중한 인명이 희생됐으니 안타깝다. 느닷없는 화재 원인은 밝혀지겠지만 화재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치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모텔에서 불이 나기 1주일 전 경북도민일보는 영일대 해수욕장의 화재사고 가능성을 걱정하는 기사를 실었다. 4월 30일자 사회면 머리기사였다. ‘영일대 해수욕장 불나면 어쩌나’가 큰 제목이었다. 부제(副題)는 상황을 한눈에 짐작케 하기에 충분했다. ‘화재 취약한 해상누각과 상가 줄지어 늘어섰는데 소화전 고작 1개가 전부’라고 했다. 그 이튿날 (5월 1일) 사설로도 이 문제를 다시 한 번 되짚었다. 사설은 영일대 해수욕장 일원의 소화전 부족을 서둘러 해소하라고 주문했다.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 모텔의 화재는 1주일 전에 걱정한 사태가 1주일 뒤에 현실로 나타난 사례다. 불만 난 게 아니다. 사람이 죽고 다쳤다. 경북도민일보의 현장 취재가 지적한 문제점이 고스란히 들어맞은 셈이다. 만일 현장 기자의 지적처럼 소화전이 넉넉했더라면 피해는 훨씬 더 줄어들었을 게 확실해 보인다.
 처음 문제점이 제기됐을 때 포항시 관계자가 했던 말은 당당하기까지 했다. 그는 “현재 영일대 해수욕장 일대에 소화전을 설치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예산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수욕장 뒤편 간선도로에 설치된 13개의 소화전으로도 화재진압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동의하기 어려운 말이다. 인명희생이 따른 화재진압은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좀더 겸손하기라도 했더라면 좋을 뻔했다는 아쉬움도 남는다.
 화재를 걱정하는 기사가 실린 뒤 실제상황이 벌어졌으니 기이하단 생각마저 든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더니 꼭 그 짝이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은 우연의 일치를 표현하는 압권이다. 그렇다고 황소 뒷걸음질 하다가 개구리 밟았다는 식의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을 게다. 문제는 앞으로 일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 콧방귀부터 뀌고 보는 공직자의 자세가 너무 뻣뻣하다는 사실이다.
 포항의 위험요소는 이것 만이 아니다. 철강공단 내 주요 간선도로의 낙하물도 그 하나다. 이 도로를 달리는 화물차는 줄잡아 하루에 수천 대는 된다고 경북도민일보는 지적했다. 이토록 많은 화물차들이 나사못, 철 스크랩 같은 것들을 떨어뜨리면서 달리고 있다. 타이어 펑크사고의 직접 원인이 된다. 더 큰 사고로 번질 수도 있는 위험요소이기도 하다.
 지난 5년여 동안 전국 고속도로 낙하물 사고가 200건도 넘는다고 한다. 인명사고가 뒤따랐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는 일이다. 이렇고 보면 포항 철강공단 내 도로는 사고를 부르는 흉기와 다름없다고 한들 지나칠 것도 없을 게다. 만성이 되어 그러려니 하고 방관하는 자세가  위험도를 배가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도 관계당국은 언제까지 서로 ‘폭탄 돌리기’나 하고 있을 것인가.
 최근 경북도민일보의 보도를 바탕삼아 두 가지 사례만 꼽았지만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봄은 온 둥 만 둥 지나가고 여름이 코앞에 닥치고 있다. 여름이면 해마다 산사태 걱정, 물난리 걱정이 떠나질 않는다. 이런 사례까지 되새길 필요는 없다. 대비하느라 애를 써도 일어나는 게 안전사고다. 그 노력조차 게을리 하면서 무슨 안전사고 예방을 입에 올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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