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신도시 이름, 지금 꼭 필요한가
  • 정재모
도청신도시 이름, 지금 꼭 필요한가
  • 정재모
  • 승인 2015.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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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모
[경북도민일보] 경북도청이 옮겨가는 안동·예천 신도시 이름 짓는 일이 연기됐다. 당초 경북도는 지난달 29일 도청 이전 신도시 명칭 선정위원회를 열어 공모에 응모한 작품을 심사해 확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날 위원회에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선정을 미룬 것이다. 대신 후보명칭을 5개로 압축했다. 이 5개를 대상으로 재심의를 실시해 오는 20일 최종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후보에 오른 5개 명칭은 동천·예안·퇴계·풍호·해올이다. 별다른 계획 변경이 없는 한 이 다섯 가지 중 하나가 도청신도시의 이름으로 확정될지도 모른다.
 후보에 오른 5개의 신도시 예비명칭 중 세 가지는 안동과 예천의 지명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동천은 안동과 예천에서 뒷 글자를 각각 딴 것이며 예안은 예천과 안동의 첫 글자 조합이다. 또 풍호는 도청이 들어선 부지가 속한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의 첫 글자를 보탠 것이다. 나머지 두 가지는 퇴계와 해올이다. 주지하듯 퇴계는 안동이 낳은 조선 시대 대 유학자로 인지도가 높은 이황 선생의 호이며, 해올은 ‘해가 떠오르다’는 순 우리말이라고 한다. 모두 그럴 듯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 다섯 가지 중에서 신도시의 이름 하나가 순탄하게 정해질지는 미지수다. 신도시가 들어선 안동과 예천의 생각이 제각각이어서 접점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예천 지역의 의견은 당연히 ‘예안신도시’로 해야 한다는 게 대세다. 예천을 앞세우고 싶은 것이다. 안동·예천 두 고장을 놓고 볼 때 큰집격인 안동시가 통 큰 양보로 예안시를 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예천서는 유교의 본향인 안동시 예안면, 도산면 일대의 옛 행정지명이 예안현(禮安縣)이었다는 점을 들면서 예안이란 명칭은 두 지역 간 역사성과 유교 고장의 상징성을 동시에 지녔다고 주장한다.
 안동은 퇴계시와 동천시를 내세운다. 퇴계시는 설명을 들어야 이해할 수 있는 이름들과는 달리 세종시처럼 한번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질 이름이란 것이다. 그리고 퇴계는 안동지역만의 인물이 아니라 영남은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유학자로 추앙받고 있어 그 이름을 붙인 도시 하나를 이번 기회에 만들어도 좋을 인물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이 명칭은 안동 내에서도 특정 문중에 치우쳐 자칫 지역 안에서조차 갈등거리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 의견도 없지 않은 듯하다. 주목할 것은 안동에서는 신도시 명칭 제정 자체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짙다는 사실이다. 양 지역의 이러한 주장과 입장 및 분위기를 보면서 신도시 명칭은 생각처럼 쉽게 제정되기 어려울 거란 예감이다. 특히 곡절 끝에 제정이 되더라도 엄청난 갈등을 남겨 두고두고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현 시점에서 도청신도시 명칭이 꼭 필요한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신도시 명칭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주체는 경북도이다. 신도시의 정체성 확립, 도청 이전에 대한 국민적 관심 제고, 신도시 조기 활성화, 도시 관리의 효율성 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또 앞으로 행정, 전통문화, 자연이 어우러진 자족도시 건설을 위해서는 고유의 브랜드 명칭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럴듯한 이유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과연 지역 간에 골 깊은 갈등을 야기하면서까지 지금 당장 신도시 이름 제정을 서둘러야 할 절실한 이유가 되는가에 대해 의문을 품는 도민이 적지 않다. 그냥 ‘도청신도시’로 놔두면 되지 않겠느냐는 거다.
 도의 신도시 명칭 제정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도청신도시의 단독시 독립을 염려하고 있다. 도청이 들어선 신도시를 중심으로 현재의 안동시 구역 일부와 예천군 일부를 떼어내 전혀 새로운 시를 하나 만들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이다. 지금 제정코자 하는 신도시 이름 짓기는 그 새로운 도시 만들기의 전초 작업일 거라는 시각을 쓸데없는 기우로만 볼 수 있을까.
 도에서는 전국 대다수 신도시가 새로 제정한 자기 이름을 얻어 홍보와 신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데 활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안동·예천 주민들이 찬성하지 않는 한 신도시가 독립된 행정구역으로 갈 수 있는 길은 없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가 별도 행정구역으로서의 독립시가 절대로 될 수 없다는 것은 누구도 보장해주지 않는다.
 만약 신도시가 별도의 도시로 독립하게 된다면 도청 유치에 그토록 오래오래 공을 들이고 기대해왔던 안동과 예천으로선 허망스레 지붕이나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마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신도시 명칭 제정이 급한 것이 아니라 안동·예천 양 시군의 통합부터 추진해야 한다는 지역민들의 주장은 나름대로 타당하다. 통합시의 이름은 통합된 이후에 논의하고 결정해도 된다는 게 창원 마산 진해 세 도시를 합해 하나의 도시로 만든 경남 창원시 등 다른 지역의 경우에서 익히 보아온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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