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이 당정 협의를 갖고 노사 간 동의 없이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의 안에 여당이 동의한 셈이다.
내년부터 시행될 정년 60세 연장을 앞두고 정부는 노조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 변경만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사규를 말한다. 현행 법은 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간주되는 취업규칙 변경은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취업규칙 변경을 노조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사회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예외적으로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정부는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피크제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악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큰 틀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당장 내년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의 정년연장이 시행되는 상황에서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 논의를 계속 미룰 수만은 없다. 정년 60세 연장에 따른 기업의 부담 증가와 이에 따른 신규채용 감소, 고용시장 위축, 청년실업률 증가 가능성은 계속 제기돼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청년실업률은 10.2%로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60세 정년제가 내년에 시행되면 앞으로 2~3년간 청년실업 문제가 더 심각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령자 고용촉진법은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기업에 대해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합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 가져올 부작용도 고려해야 한다. 임금피크제 도입은 필요하지만, 무리한 추진은 오히려 혼란과 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
임금은 근로자 개인뿐만 아니라 그 가구의 생활과 직결된다. 근로기준법이 상대적으로 약자인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에 대해 근로자 동의를 얻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임금피크제 도입이 절실하고 당위성도 있지만 그렇다고 노조 동의 없는 취업규칙 변경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는 신중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국회법 개정안 처리 이후 야당은 ‘상위법 위반 시행령·시행규칙’ 사례 14개 중 하나로 취업규칙 변경을 통한 임금피크제 도입 추진을 꼽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노동계 설득 노력을 좀 더 기울여야 한다. 노동시장 구조개편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는 노력을 펴야 한다. 임금피크제의 일방적 추진과 이로말미암은 충돌, 사회적 혼란은 피해야 한다.
노동계도 반대만 할 게 아니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국노총은 2013년 ‘일자리 협약’에 서명하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정년연장의 이득만 취하고 청년고용 감소 등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고통 분담에 눈을 감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노사정 모두가 지금이라도 윈윈할 수 있는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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