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지난 겨울 필자는 구 동독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Dresden)을 며칠 방문했다. 드레스덴이란 말은 원래 ‘강변 숲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작센 왕조의 예술적이고 호화로웠던 수도로 독일 동부의 엘베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 정치 및 상공업 중심도시이다. 이곳은 ‘독일의 피렌체’로 불리며, 특히 엘베 강변의 ‘브륄의 테라스’는 ‘유럽의 발코니’라 불릴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작센의 지배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Friedrich August I, 1750~1827)가 만든 보물 저장고인 녹색의 둥근 천장(Gruenes Gewoelbe)를 비롯해,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젬퍼 오페라 하우스, 레지덴츠 궁전, 츠빙어 궁전 등 많은 관광 자원을 지녀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말인 1944년 2월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다. 그 후 전후 복구 과정을 거쳐 동독 핵심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통일 후 이 지역의 제조업체들이 서독 기업과의 경쟁에서 처지면서 3년간 전체 인구의 15%인 7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전통 제조업 대신 전자공학과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을 유치·육성하면서 도시의 패러다임을 혁신하였고 몇 년 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가 되어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테크놀로지 등 첨단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게다가 노벨상의 산실이라 불리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24개의 초일류 독일 과학기술연구소들도 함께 있어 연구 인력만 1만5000명으로 근로자 1000명당 연구원이 31명인, 독일 도시 중 1위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어 성장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 환경이 완비되었으며 산업과 과학을 융합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하여 드레스덴의 GDP는 1995년에 비해 52% 증가했고, 실업률은 8%대로 떨어졌으며 독일 전체가 저출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년 연속 독일 도시 중 출산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관광명소로는 폭스바겐(Volkswagen) 그룹의 최고급 세단인 페이톤(Phaeton)을 생산하는 공장이 유명한데, 1억8700만 유로가 투입되어 2001년에 완공되었으며 7300여평의 작업장에는 모두 캐나다산 원목마루가 깔려 있다고 한다. 생산직 직원들은 흰 가운을 입고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헤드셋을 낀 채 수작업으로 페이톤 및 벤틀리 컨티넨탈의 프레임도 생산하는데 모든 외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유리공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특별히 드레스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신교회당인 ‘성모 교회’(Frauenkirche)가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2005년 복원되었으며 그 앞에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동상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눈이 보이는 교회 건물은 파괴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루터의 정신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독일은 2차 대전 후 루르(Ruhr) 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서독이 경제 부흥을 일으키며 ‘라인(Rhein)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이 서독의 도움으로 한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는데 이제 통독된 독일은 드레스덴을 가로지르는 ‘엘베(Elbe)강의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에도 이 드레스덴과 같은 ‘대동강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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