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베강의 기적’ 드레스덴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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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베강의 기적’ 드레스덴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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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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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지난 겨울 필자는 구 동독의 중심 도시인 드레스덴(Dresden)을 며칠 방문했다. 드레스덴이란 말은 원래 ‘강변 숲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작센 왕조의 예술적이고 호화로웠던 수도로 독일 동부의 엘베 강변에 위치해 있으며 유구한 역사를 지닌 문화, 정치 및 상공업 중심도시이다. 이곳은 ‘독일의 피렌체’로 불리며, 특히 엘베 강변의 ‘브륄의 테라스’는 ‘유럽의 발코니’라 불릴 만큼 경치가 뛰어나다.
 작센의 지배자 프리드리히 아우구스트 1세(Friedrich August I, 1750~1827)가 만든 보물 저장고인 녹색의 둥근 천장(Gruenes Gewoelbe)를 비롯해,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젬퍼 오페라 하우스, 레지덴츠 궁전, 츠빙어 궁전 등 많은 관광 자원을 지녀 명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 도시는 제2차 세계대전 말인 1944년 2월에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의 90%가 파괴되었다. 그 후 전후 복구 과정을 거쳐 동독 핵심 산업도시로 성장했지만, 통일 후 이 지역의 제조업체들이 서독 기업과의 경쟁에서 처지면서 3년간 전체 인구의 15%인 7만여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큰 위기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 후 전통 제조업 대신 전자공학과 생명공학 등 첨단 산업을 유치·육성하면서 도시의 패러다임을 혁신하였고 몇 년 후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리하여 지금은 유럽의 실리콘 밸리가 되어 정보통신, 바이오, 나노 테크놀로지 등 첨단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게다가 노벨상의 산실이라 불리는 막스 플랑크 연구소 등 24개의 초일류 독일 과학기술연구소들도 함께 있어 연구 인력만 1만5000명으로 근로자 1000명당 연구원이 31명인, 독일 도시 중 1위로 시너지 효과가 배가되어 성장과 투자를 가속화할 수 있는 최적의 경제 환경이 완비되었으며 산업과 과학을 융합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인 도시로 손꼽히고 있다. 그리하여 드레스덴의 GDP는 1995년에 비해 52% 증가했고, 실업률은 8%대로 떨어졌으며 독일 전체가 저출산 문제로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4년 연속 독일 도시 중 출산율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대학 교육에도 집중 투자하였는데 드레스덴 대학은 최근 동독 지역 대학 중에서 처음으로 ‘독일의 11개 우수 대학’에 선정되었으며 드레스덴 공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3개의 산학 클러스터에는 1500여개 기업이 입주했고, 4만8000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또한 이 대학에 신설된 국제관계학부(ZIS: Zentrum fuer Internationale Studien)에는 독일의 수재들이 몰리면서 일약 유명해졌으며 필자가 직접 방문했던 주립도서관 겸 대학도서관(SLUB: Die Saechsische Landesbibliothek·Staats- und Universitaetsbibliothek Dresden)은 그 규모와 설계 그리고 소장도서 면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한 시설이었다.
 산업관광명소로는 폭스바겐(Volkswagen) 그룹의 최고급 세단인 페이톤(Phaeton)을 생산하는 공장이 유명한데, 1억8700만 유로가 투입되어 2001년에 완공되었으며 7300여평의 작업장에는 모두 캐나다산 원목마루가 깔려 있다고 한다. 생산직 직원들은 흰 가운을 입고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헤드셋을 낀 채 수작업으로 페이톤 및 벤틀리 컨티넨탈의 프레임도 생산하는데 모든 외벽이 유리로 되어 있어 유리공장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특별히 드레스덴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신교회당인 ‘성모 교회’(Frauenkirche)가 2차 대전 당시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으나 2005년 복원되었으며 그 앞에는 종교개혁을 일으킨 마틴 루터(Martin Luther)의 동상이 있다. 2차 대전 당시 눈이 보이는 교회 건물은 파괴되었으나 보이지 않는 루터의 정신은 살아있었던 것이다.
 독일은 2차 대전 후 루르(Ruhr) 공업지역을 중심으로 서독이 경제 부흥을 일으키며 ‘라인(Rhein)강의 기적’을 이루었고 이 서독의 도움으로 한국은 경제개발을 시작하여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는데 이제 통독된 독일은 드레스덴을 가로지르는 ‘엘베(Elbe)강의 기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한반도가 통일되면 북한에도 이 드레스덴과 같은 ‘대동강의 기적’이 일어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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