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의 재발견2(사라지지 않는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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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재발견2(사라지지 않는 연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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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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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헌 삼우애드컴 대표
[경북도민일보] 하느님의 연필, / 그것이 바로 나이다. / 하느님은 / 작은 몽당연필로 좋아하는 것을 그리신다. / 하느님은 우리가 아무리 불완전한 도구일지라도 / 그것으로 너무나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신다. (마더 테레사 수녀, 1910~1997)
 “새롭게 태어난 사상 최초의 기록자. 고향은 깊은 잠은 자는 흑연 광산과 향기로운 삼나무 숲이다. 사람들의 두뇌가 함께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막론하고 전 세계의 모든 마을과 벽촌까지도 알려져 있는 세계시민이다.”
 다름 아닌 연필을 찬양하는 글의 일부이다. 나무연필의 역사는 적어도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스위스 내과 의사이자 박물학자인 콘라트 게스너가 1565년 발간한 책에 연필에 관한 서술이 나온다.
 지난달 말 ‘제15회 평보백일장’과 ‘제21회 호미예술제’가 각각 포항대학교 평보관과 호미곶 등대박물관에서 열렸다.
 동지교육재단 설립자인 하태환 선생의 건학 이념을 계승하고 지역문화와 문학 발전을 위해 제정된 평보백일장. 그간 열다섯 번 때를 이어오면서 백일장을 거쳐간 연인원만 해도 1만1000여명에 이르고, 입상자 수만 해도 1200여명에 이르는 권위 있는 백일장이다.
 제21회 호미예술제는 전국한글백일장과 전국미술사생대회를 동시에 개최하는 종합예술제이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아 열린 이날 행사는 다채로운 문화행사와 함께 열려 가족단위 나들이객들에게 많은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날 행사와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수고를 했고, 특히 지금까지 열과 성으로 예술제를 이끌어 온 서상은 영일호미 바다예술제 추진위원장의 공이 크다.
 백일장을 주관하고 심사를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주어진 주제를 가지고 산문 혹은 운문을 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백일장에 참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필은 사라지지 않아 백일장을 찾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남겼다. 다른 무엇보다도 부러운 것은 온 가족이 소풍을 나오듯이 간단한 간식을 준비하여 돗자리를 가지고 부모의 손에 손을 잡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올랐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 또한 그랬다.
 나도 내년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백일장에 참여하고 싶다. 좋은 글을 쓸 수 없을지라도, 가족과 함께하면 좋은 그림은 되지 않을까?
 나는 아직도 여전히 연필을 잡고 있다. 문학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문화다. 더욱이 보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쓰면서 마음을 단련시킬 수 있다.
 연필은 새로운 필기도구들의 도전을 줄곧 받아왔다. 1873년 샤프펜슬이 나타났다. 19세기를 거치면서 발전한 만년필 신제품들이 The아져 나왔다. 1888년 특허를 획득했으나 1945년에서야 미국에서 최초로 상용화된 볼펜은 그 값이 싸지면서 휴대용 필기도구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1938년 뉴욕타임즈는 게스너가 최초로 연필을 언급한 이후 연필의 역사를 사설로 다루면서 타자기가 연필을 몰아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타자기에 이어 워드프로세서가 연필의 종말을 재촉할 것이라는 예측도 따랐다. 1980년대에 들어 퍼스널 컴퓨터가 연필을 무용지물로 만들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 사설은 너무 과장된 것으로 판명 났다. 나무연필은 이들의 등장으로 소멸의 위기에 몰린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는 여전히 연필로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 연필이 종이 위를 지나갈 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연필을 깎으며 지나간 삶을 정리하고 여유를 가져본다.
 수십 자루의 연필을 깎아 놓아야 글 쓸 기분이 났다는 어니스트 헤밍웨이. 그리고 연필공장에 특별히 짧은 연필을 주문하여 조끼주머니에 몽당연필을 넣고 다녔다는 토머스 에디슨 등 연필을 사랑했던 사람들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아무리 불완전하고 연약한 도구일지라도 그것을 버리지 아니하고 끝까지 잡고 쓰시는 그분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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