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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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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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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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위덕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삼국유사에는 신라 38대 원성왕이 왕위에 오른 사연을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다. 원성왕의 이름은 김경신이었다. 그는 각간이라는 벼슬을 하고 있었으며 당시 왕위 서열 2위였다. 경신은 어느 날 예사롭지 않은 꿈을 꾸었다. 그는 관모를 벗고 대신 흰 갓을 쓰고 열두 줄 가야금을 들고 천관사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 꿈을 꾼 것이다. 경신은 꿈에서 깨자마자 급히 꿈풀이 잘한다는 사람을 불렀다.
 “복두를 벗은 것은 관직을 잃을 징조요, 가야금을 든 것은 칼을 쓸 징조요, 우물 속으로 들어간 것은 옥에 갇힐 징조입니다” 한 마디로 흉몽이었다. 경신은 왕은 이 말을 듣고 몹시 상심하여 두문불출하고 집밖을 나가지도 사람을 만나지도 않았다.
 이때 아찬이라는 벼슬을 하던 여삼이 와서 뵙기를 청했다, 경신은 병을 핑계대며 만나기를 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삼이 워낙 간곡히 만나기를 청하므로 마지못해 허락하고 집으로 들였다.
 “공께서는 무엇 때문에 출입을 꺼리고 사람을 만나지를 않으십니까?”
 경신이 수심 가득한 얼굴로 꿈 이야기와 꿈풀이를 자세히 얘기해 주었다. 그러자 여삼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갖추어 공손히 절하면서 말했다.
 “공께서 꾸신 꿈은 더없이 좋은 꿈입니다. 공이 만일 왕위에 올라서도 나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공을 위해서 제가 꿈을 풀어 보겠습니다.”
 경신이 깜짝 놀라 옆의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여삼에게 해몽하기를 청했다.
 “복두를 벗은 것은 위에 앉는 이가 없다는 것이요, 흰 갓을 쓴 것은 면류관을 쓸 징조요, 열두 줄 가야금을 든 것은 12대손이 왕위를 이어받을 징조요, 천관사 우물에 들어간 것은 궁궐에 들어갈 상서로운 징조입니다.”
 “내 위에 왕위 서열 1위인 김주원이 있는데 내가 어떻게 왕이 될 수가 있단 말인가?” 경신이 의심반 기대반 반문하자 여삼은 서라벌 북쪽을 흐르는 강의 신인 알천신에게 제사를 비밀히 지내라는 계책을 일러 주었다.
 이 일이 있은 지 얼마 안 되어 37대 선덕왕이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나라 사람들은 왕위 서열 1위인 김주원을 왕으로 삼아 궁으로 맞아들이려 했다. 그런데 김주원의 집은 서라벌의 북천 북쪽에 있었고 그 날 갑자기 비가 오고 냇물이 불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잠시도 왕위를 비워둘 수 없다며 궁에 먼저 들어 간 왕위 서열 2위인 경신이 왕위에 올랐다. 이에 대신들이 모두 와서 따라 새 임금에게 축하를 드렸다. 그가 바로 신라 38대 원성대왕이다. 여삼의 꿈풀이 대로 경신은 왕이 되었던 것이다.
 삼국유사 기이편 원성대왕편의 이 기록은 실제로 있었던 신라의 왕위 이양 사건을 재미있는 꿈이야기로 전하고 있다. 37대 선덕왕은 즉위 5년(784)에 양위를 결심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병석에서 내린 조서에서도 항상 선양하기를 바랐다고 한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선덕왕 말년에 김주원과 김경신은 각각 상재와 각간의 지위에 있어 김주원이 김경신보다 서열상 상위에 있었다. 뿐만 아니라 김주원은 무열왕계 대표자적 위치에 있어서 왕위계승권에 있어 김경신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선덕왕이 785년(선덕왕 6년) 아들이 없이 죽자, 김경신이 김주원을 제치고 국인들의 추대를 받아 원성왕으로 즉위하였다.
 꿈만이 아니다. 똑같은 일을 두고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개인의 운명과 국가의 명운이 뒤바뀌는 사례는 고금에 많다.
 백제 의자왕 때였다. 어느날 귀신이 궁중으로 들어와서 큰 소리로 부르짖었다.
 “백제는 망한다, 백제는 망한다”하다가 이내 땅속으로 들어갔다. 왕이 이상히 여겨 사람을 시켜 땅을 파게 했다. 석 자 깊이가 되는 곳에 거북 한 마리가 있고 그 거북의 등에 글씨가 씌어 있었다.
 “백제는 둥근 달 같고, 신라는 새 달과 같네.“
 이 글뜻을 무당에게 물으니 무당은, “둥근 달이라는 것은 가득 찬 것이니 차면 기우는 것입니다. 새 달은 차지 않은 것이니 차지 않으면 점점 차게 되는 것입니다”하자 왕은 노해서 무당을 죽여 버렸다. 그것을 본 어떤 사람이 왕에게 말했다. “둥근 달은 성한 것이옵고, 새 달은 미약한 것입니다. 이는 우리 백제는 점점 성하고 신라는 점점 약해진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했다.
 똑같은 사건을 두고 설왕설래 말 많은 세상이다. 현명한 판단과 올곧은 처신이 필요하지 않을까 옛 책을 뒤져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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