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의료진에 ‘주홍글씨’ 찍는 사회라면 희망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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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의료진에 ‘주홍글씨’ 찍는 사회라면 희망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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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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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현재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자 154명 가운데 의료진은 의사가 4명, 간호사가 9명이다. 여기에 자가·시설 격리 대상자로 분류되거나 분류됐다가 해제된 의료진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백명에 달할 것이다.
 이들을 포함해 의료진 가족이 메르스 ‘왕따’로 고통받고 있다고 한다. 한 메르스 진료 의료진은 “우리는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부모가 특정 병원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히 부모가 메르스 환자가 입원한 병원의 의료진이라는 이유만으로 친구들 옆에도 가지 못하고, 심지어 “야, 메르스”라며 손가락질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아이들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보건소에서 구급차를 보내주겠다고 하는데도 이를 거부하고 고열과 기침, 가래 증상을 동반한 채 택시를 타고 강남 세브란스 병원을 찾았다가 격리치료를 하려 하자 소란을 피우고 도망쳐 나온 141번 환자. 그는 “이웃에게 메르스에 걸렸다는 걸 알리기 싫어서” 그랬다고 한다. 메르스 의심환자나 격리자들에게 주홍글씨 낙인을 찍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인 것이다.
 메르스가 우리 사회를 이토록 불안으로 몰아넣는 이유는 자칫하면 나와 내 가족의 생명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공포와 두려움 때문이다. 그러니 주변에 감염 의심자가 있으면 그와 멀리하는 것이 감염 확률을 낮추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전염병의 속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회피나 따돌림이 만연하면 141번 환자의 경우처럼 감염 사실을 숨기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메르스 감염 경로 추적은 더욱 어려워지고 메르스 퇴치는 요원하게 된다.

 조기에 차단할 수 있었던 메르스가 지금처럼 확산하게 된 것이 환자 발생 정보를 초기에 의료진이 공유하지 못하면서 생긴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무서운 전염병일수록 정확한 환자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그나마 조기에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최선책이다. 하지만 이런 사회 분위기라면 상황의 조기 극복은커녕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하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의료진과 그 가족에게 행해지는 왕따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지금까지드러난 바로는 메르스는 병원 내에서만 전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병원은 그 환자들을 치료해야 할 유일한 공간이기도 하다. 전염병이 발생하는 공간이면서 치료해야 하는 공간인 병원은 가히 메르스 전쟁의 최전방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전사들은 말할 것도 없이 의료진이다. 목숨을 내걸고 메르스와 사투를 벌이는전사들을 바이러스 소굴의 오염원인 것처럼 대하는 현실에서 어떻게 이들의 최선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물론 대형병원들의 허술한 예방관리와 초동 조치 부실 등의 잘못은 질책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와 병원 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피해를 본 당사자는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진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의 한 간호사가 SNS에 올린 글은 가슴을 울린다. “하루 종일 치열하게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를 하고 바이러스와 싸우며 일하고 돌아왔지만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내도 어린 자녀와 가족을 만지기가 두렵다. 위험과 수고를 알아주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목숨 걸고 싸우는 전우들에게 응원은 못할지언정 거짓과 오해로 사기를 떨어뜨리는 말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 우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해야 한다. 해야할 것은 이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해 내기 위한 격려와 협조이며, 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불필요한 의심과 낙인찍기다. 최전방에서 고생하는 의료진들이 더욱 힘을 내 메르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격려와 박수를 보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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