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슬펐고 미안해졌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
  • 한동윤
“처음엔 슬펐고 미안해졌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
  • 한동윤
  • 승인 2015.06.2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 ‘연평해전’ 본 2002년 월드컵 영웅들의 탄식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영화 ‘연평해전’ 시사회가 22일 군과 민간에서 동시에 열렸다.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연평해전’ VIP 시사회에는 2002년 월드컵 태극 전사였던 안정환, 이운재 선수와 정몽준 당시 월드컵 조직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영화에는 안정환이 이탈리아전에서 헤딩으로 연장 골든골을 넣는 장면과 이운재가 스페인전 승부차기에서 골문을 지키는 장면 등이 나온다. 당시 전국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붉은 악마들의 거리 응원은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그 시간 서해 NLL에서는 북한 경비정이 해군의 참수리호를 기습 공격해 이에 대응하던 우리 해군 장병들이 장렬하게 쓰러져갔다.
 영화를 본 안정환은 “당시 환호하며 하나가 됐던 국민들을 지켜준 건 태극전사가 아니라 그분들”이라며 “처음엔 슬펐고 미안해졌고 나중에는 화가 났다”고 했다. 이운재 역시 “대구에서 터키와 3~4위전을 치른 그날 경기에 앞서 묵념을 한 기억이 난다. 목숨 걸고 나라를 지킨 분들의 애국심을 이 영화로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연평해전’ 제작비로 1억원을 지원한 정몽준 전 한국협회위원장은 영화를 본 뒤 “평화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 새삼 깨달았다”며 “여섯 용사의 희생 정신이 영화를 통해 잘 조명된 것 같다”고 했다. 영화 본편 상영이 끝나고 올라오는 엔딩 크레디트에는 ‘도와주신 분들’로 등번호 1번 이운재부터 23번 최은성까지 2002년 태극 전사 23명의 이름이 나온다. 영화 시사회에는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배우 박정자·손숙, 김주성 전 대한축구협회 사무총장도 참석했다.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연평해전’ 시사회와 별도로 이날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 사령부에서 열린 시사회에는 현장과 상황실 등에서 작전 중인 필수 인력을 제외한 장병 2000여명이 참석해 관람했다. 참수리 328정 정장 오현호(30) 대위는 “적의 기습에도 꿋꿋이 함포로 응사하던 조천형 중사가 끝내 숨지고, 아내와 딸의 사진이 불타는 장면을 차마 제대로 볼 수 없었다”며 “아내와 딸을 두고 바다로 나가야만 했던 그에게서 저와 저희 해군 장병들이 보였다”고 했다. 그는 NLL을 지키다 산화한 고 윤영하 소령의 뒤를 이어 참수리 328정의 정장이 됐다. 오 대위는 “참수리정에서 서로를 챙겨주는 장병들의 따뜻함이 영화에 묻어났다”고 했다.
 참수리 352정의 정장 김정환(30) 대위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 오늘 밤에라도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전우들의 숭고한 희생 앞에 마음이 무겁고 한없이 고마웠다”고 했다. 참수리 361정의 천지용(25) 중위는 정장인 윤영하 소령이 전사한 뒤, 다리가 절단된 상황에서도 장병들을 지휘했던 이희완 소령(당시 중위)의 모습을 보며 눈물을 떨궜다. 천 중위는 이 소령처럼 참수리정에서 정장을 보좌하는 부장을 맡고 있다. 천 중위는 “그들이 지키고 쓰러져 간 서해에 근무하고 있다는 게 슬프면서도 자랑스럽다”고 했다. 지난 2002년 6월 29일 2함대 소속 참수리 357정이 서해 NLL을 넘어온 적과 교전 중 침몰했고, 인양된 참수리 357정은 사령부에 복원됐다. 적의 총탄 수백 발이 알알이 박힌 함정을 보며 해군은 그날의 참상을 기억해 왔다. 영화를 보다 시사회장을 나온 ‘조천형함’의 이준태(23) 하사는 “배를 살리기 위해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조타기에 손을 묶은 고 한상국 중사의 모습을 차마 더 볼 수 없어 중간에 나왔다”고 했다. 그는 “당시 나도 월드컵을 보고 있었는데, 월드컵 4강 신화는 기억하지만 제2연평해전은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다”며 “이렇게 처절했던 그분들의 희생을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 속에 쓰러진 참수리호 영웅들의 영결식에는 대통령은 말할 것도 없고 국무총리, 국방장관 누구도 참석하지 않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동경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전을 보기 위해 동경으로 날아갔고, 총리와 국방장관은 끝내 영결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도 월드컵 영웅들은 연평해전 영웅들을 기억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의리돌쇠 2015-06-25 09:25:54
참으로 통탄하고,가슴이 아프다.그당시 엄청난 사실이 어떻게 숨겨저 있었던가 종북 10년-- 이나라는 정말 암흑기 였구나? 지금도 이사상이 현재 잔존하고 있기에 더욱 경각심을 갖고 이들의 행동을 주시해야 하겠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