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의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 누굴 겨냥?
  • 한동윤
朴대통령의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 누굴 겨냥?
  • 한동윤
  • 승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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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청와대와 소통 원활하지 못했던 점 매우 송구스럽다”

▲ 한동윤 주필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쏟아낸 발언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공무원연금을 협상하면서 뚱딴지같은 ‘국회법’을 들고 나와 행정부의 시행령 제정 권한에 간여하려는 비난이다. “국회법 개정안은 국가행정 체계와 사법 체계를 흔들 사안”이라며 “꼭 필요한 법안은 묶어 놓으면서 당략(黨略)적인 것은 빅딜하고 통과시키는 난센스”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 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에 방점이 찍혔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을 처리한 여야를 비판한 것은 이해가 간다.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랬더니 국회법이라는‘혹’을 달아 거부권을 행사하도록 만든 여야를 향해 원망을 할 수도 있다. 더구나 리얼미터가 25일 박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에 대해 긴급 찬반 조사를 한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46.8%, ‘반대한다’는 응답이 41.1%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 부산·경남·울산에서 찬성이 50%를 넘었고, 경기·인천(찬 46.0%·반 41.1%), 서울(찬 44.7%·반 42.4%)도 찬성이 많았으며, 반대가 우세한 지역은 대전·충청·세종(찬 44.7%·반 50.2%) 광주·전라(찬 35.2%·반 50.6%) 뿐이다. 결국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한 여론은 일단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던 새누리당도 고개를 숙였다. 청와대와 대립을 피하자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 새누리당 탈당’이라는 으름장이 통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국회법 개정안 본회의 상정 - 재의결을 주장하지만 새누리당은 개정안 상정 자체를 막아 자동폐기시키는 방향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입 밖에 낸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가 무엇을 의미하느냐다. 정확한 박 대통령 발언은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이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다. 선거 때만 되면 “민생을 살피겠다”, “경제를 살리겠다”고 떠벌리다 국회에 들어오기만 하면 경제 살리기 법안들을 깔아뭉개고, 국회법 개정안 같은 당리당략에 몰두하는 여야를 싸잡아 비난한 것으로 들린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말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특정 정치인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말하자면 야당의 국회법 개정 요구를 받아들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그 타깃이라는 얘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원조 ‘친박’이었다. 박 대통령의 당 대표 시절 비서실장도 지냈다. 그러나 2007년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면서 떨어져 나갔다. 박 대통령과 거리를 둔 정도가 아니라 틈만 나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려 하자 거세게 반대했다. 박 대통령이 전시작전권 인수를 무기 연기하자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쏘아 붙였다. “청와대 얼라들”이라는 조롱도 그의 입에서 나왔다.
 국회 대표연설에서는 박 대통령의 복지정책을 “실패했다”는 식으로 비난했고, 공무원연금 개혁협상 과정에서 국민연금을 포함시켜 청와대의 분노를 샀다. 공무원연금을 재협상하더니 이번에는 국회법 개정안에 합의하고 나타남으로써 박 대통령의 진노를 자초했다. 따라서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가 유 원내대표를 정면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 쯤되면 유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를 고민해야 할 처지다. 박 대통령이 국회법 거부권을 행사하기 전 “거부권이 행사되면 그 때 거취를 고민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가 합의해준 국회법을 “위헌”이라고 하자 “위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기도 했다. 그랬던 유 원내대표가 원내대표직을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다만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당청관계에 대한 걱정을 진심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개를 “팍” 숙인 것이다. 과연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라는 비난을 받은 유 원내대표가 어느 정도 버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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