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퇴계 발자취 따라
안동 ‘예던길’ 걸어보자
  • 이경관기자
주말 퇴계 발자취 따라
안동 ‘예던길’ 걸어보자
  • 이경관기자
  • 승인 2015.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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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원서 청량산 중턱 50리길 굽이치는 낙동강 따라 걸으면서
조선시대 선비들의 숨결을 느껴보자

     

▲ 시원스레 펼쳐진 청량산 속을 걷는다. 마치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500여년전 살았던 퇴계와 함께 걷는 듯 사색에 잠긴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권오한기자] 누구나 살면서 크고 작은 위기를 만난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마다 현명하게 극복했던 옛 어른들의 지혜가 간절하다. 바쁠수록 돌아가라고 했던가. 한 호흡 가다듬고, 선인들이 걸었던 길 위에 서서 사색에 잠겨보자.
 “산봉우리 봉긋봉긋, 물소리 졸졸/ 새벽 여명 걷히고 해가 솟아오르네/ 강가에서 기다리나 임은 오지 않아/ 내 먼저 고삐 잡고 그림 속으로 들어가네”
 그림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굽이치던 낙동강 1300리도 여울로 잦아든다. 청량산 봉우리가 머리를 내민 그곳에 퇴계가 걸었던 사색의 길 ‘예던길(녀던길)’이 흐른다.
 퇴계의 시조 ‘도산십이곡’ 중 ‘고인(古人)도 날 못 보고’에서 유래한 예던길.
 퇴계는 13살 때 학문을 배우기 위해 집에서부터 숙부 이우가 청량산 중턱에 지은 오산당(청량정사)까지 50리 낙동강변을 오르내렸다. 퇴계의 발자취가 스며있는 이 길은 도산서원에서 청량산까지 이어지는 길로 걷다보면 농암 이현보의 종택과 이육사 문학관 등을 우리 역사의 크고 작은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다.
 예던길의 시작을 알리는 ‘도산서원’은 퇴계가 낙향한 후 직접 설계해 제자들을 가르쳤던 곳으로 소박함과 절제미가 묻어 있다. 서원 뒤쪽에는 퇴계 선생 사후 건립된 사당과 서원이 있다. 서원 앞마당은 정우당과 동쪽으로 흐르는 몽천, 퇴계 선생이 즐겨 찾던 매화 등 소담스럽다. 도산서원의 편액은 한석봉이 쓴 것으로 볼거리다.
 도산서원에서 퇴계가 묻힌 묘소를 지나 걷다보면 마주하는 ‘이육사 문학관’. 이곳은 민족시인 이육사를 기리기 위한 곳으로 그의 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생가 모형과 육사 동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육필 원고를 비롯해 베이징 감옥생활 당시를 엿볼 수 있는 사진을 통해 독립을 위해 애썼던 그의 혼을 느낄 수 있다.
 뽕나무 두 그루가 마치 한 몸인 듯 서 있는 연인나무를 지나면 미루나무 사이로 기와집이 나타난다. 이곳은 농암 이현보 선생의 종택인 ‘농암종택’. 어부사시사를 지은 농암 선생은 퇴계 선생의 숙부와 함께 과거에 급제한 사이로 퇴계는 농암의 아들과 편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절친했다. 농암종택은 안동댐 건설로 수몰됐지만 현재의 자리에 다시 재건된 곳으로 꼭 들러볼 곳 중 하나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에는 헤겔, 베버, 괴테 등이 걸었던 ‘철학자의 길’이 있다. 퇴계가 다진 이 길은 한국판 철학자의 길로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순례길과 같았다.
 퇴계는 ‘유산(遊山)은 독서(讀書)’와 같다고 했다. 굽이치는 낙동강과 시원스레 펼쳐진 청량산은 한 폭의 수묵화와 같다. 퇴계가 그러했듯 그림 속으로 걸어들어가 어느덧 풍경이 전하는 이야기에 흠뻑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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