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 농사
  • 경북도민일보
자식 농사
  • 경북도민일보
  • 승인 2015.07.1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김경일 동국대 대학원 객원교수
[경북도민일보] 자식을 잘 키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먹을 것, 입을 것 아껴가며 자녀교육에 정성을 다해 보지만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자식은 자식대로 불만이 생기고 부모는 부모대로 힘겨워 한다. 자식의 장래를 위하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한 일들이 결과적으로 도움은 커녕 오히려 손해가 되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돈만 투자한다고 해서 되는 일도 아니다. 그런가하면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도 자수성가하여 크게 성공하고 출세하는 사람들도 있다.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자식을 잘 키우려는 마음이야 모든 부모들의 공통된 희망이겠지만 키우는 방법은 부모마다 차이가 난다.
 자녀교육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보다 사랑하는 방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지나친 관심이 때로는 무관심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관심이 지나치면 간섭이라는 독이 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에 다니던 남자아이가 있었다. 친구들과 잘 싸우고 거짓말도 많이 했다. 힘이 약한 아이들을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기도 하고 어린 아이들이 노는 곳에 가서는 훼방을 놓는 일도 자주 있었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외톨이로 지내게 되었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에게 화를 냈고 선생님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물론 아이 자신이 가장 힘들었다. 부모님과 선생님께 인정도 받지 못하고 친한 친구들도 만들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집은 경제적으로는 넉넉한 편이었다. 부모들은 아이가 말을 배우고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아이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무엇이든 가르치기 시작했다. 영재교육도 시켰고 수영도 시키고 검도도 배우게 했다. 웅변학원에도 보냈고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어회화와 수학과외도 시켰다.
 아이는 어머니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고 있었으나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면서 점점 힘들어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어머니가 시키는 것을 주로 했으므로 싫증을 내거나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서 하기 싫을 때는 꾀를 부리고 거짓 이유를 달기도 했다.
 아이가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가지 못하면서 부작용은 점점 더 크게 나타났다. 어머니는 자식의 장래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시켰지만, 아이가 필요성을 느끼기에는 너무 어렸던 것이다.
 자식을 잘 키우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이야 이해가 되지만 아이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과외교육은 아이를 괴롭히는 것이 될 수 있음도 알아야한다. 내 중심의 사랑은 상대를 위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욕심이 앞서게 된다. 욕심이 깔리고 계산된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파탄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입장에서만 사랑을 하게 되면 상대에게 진정한 행복은 주지 못한다.
 사랑은 나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부모의 욕심으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녀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사랑이 되어야 한다. 부모-자식의 관계는 본능적인 관계여서 내 중심의 사랑을 극복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는 하다. 그러나 사랑을 뛰어넘는 지혜가 없다면 훌륭한 자식 농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식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을 이렇게들 되묻는다. “그럼 관심을 줄이고 그냥 두면 됩니까?” 물론 관심을 줄인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무관심은 지나친 관심만큼이나 해로운 것이다. 자식에 대해 무관심해진다는 것은 내팽개친다는 포기의사가 은밀하게 스며들기 때문이다. 사랑이 집착이라면 무관심도 또 다른 의미의 집착인 것이다. 양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도(中道)의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한 자녀교육 방식이다.
 자식농사도 농사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씨앗을 뿌리고 적당한 거름을 주고 성장에 방해가 되는 잡초들을 뽑아주면 스스로 햇볕을 받고 자라게 된다. 농부가 열매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섭리에 의해 작물이 자라고 스스로 열매를 맺는 것이다.
 사람도 작물처럼 그가 지닌 실현경향성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과도한 간섭으로 성장을 방해하지 않으면 된다. 필요할 때는 도움을 주고 나머지는 스스로 자라도록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면 된다. 부모의 관심이 지나쳐서 간섭이 되면 자식에게는 약이 아니라 독이 되고 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