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가사 경창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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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방가사 경창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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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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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위덕대 자율전공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7월 14일, 안동에서 내방가사경창대회가 열린다. 올해로 19년째이다. 매년 단오 전후 즈음 열리는데 올해는 메르스 여파로 거의 한 달 정도 미뤄졌다. 안동내방가사보존회(회장 이선자)가 주최하고 주관하는 전국 규모의 여성문학 이벤트다.
 20년전 이선자 회장이 지역의 안어르신들을 모시고 관광여행을 시켜 드릴 기회가 있었다. 그때 관광버스 안에서 마이크를 돌려가며 노래를 부르시게 하였더니 반 넘어 어르신들께서 노래도 아니고 타령도 아닌 가사를 수줍게 읊조리시더라는 거였다. 그 중 한 분이신 친정어머니 조남이 어르신은 너무나 신명나게 매우 긴 내용의 가사를 완벽하게 외시었고, 차중의 많은 분들이 박수를 치며 호응하시는 걸 본 거였다. 일종의 문화충격을 경험하셨다고 한다.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물어 그 노래도 아닌 흥얼거림이 가사라는 것을 알게 되자 바로 가사경창대회를 기획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동네의 새마을금고 2층 강당을 빌려 조그마하게 시작했다. 가사를 하시는 어르신들을 수소문하고 그 분들이 소장하시고 계신 가사 두루마리를 들고 오시면 무대에서 가사를 낭송하시는 형식이었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안동과 인근 각지에서 낭송자와 청중들이 불어나면서 지금과 같은 큰 행사가 되었다.
 심사위원의 자격으로 매년 찾아가는데, 놀라운 것은 600명 규모의 안동문화시민회관이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찬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들이 대부분 70세를 훌쩍 넘은 어르신이라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이선자 회장이 행사비 일체를 부담했으나 지금은 안동시와 안동문화원이 후원을 해 주어서, 수상자들께 약간의 시상금도 드리고 있다. 올해로 19권의 내방가사원고모음집이 묶여져 학계에 이바지하는 몫도 대단하다.
 조선시대 대표적 시가의 하나인 가사는 오랫동안 남성의 문학이었다. 대부분의 여성은 문학의 창작은 물론 향유의 기회마저 원천적으로 박탈되었다. 그러나 18세기 이후 경북의 사대부가의 여성들은 한글을 익혀 가사를 짓고, 베끼고, 읽는 독특한 문학 향유의 전통을 만들어 내었다. 원본의 정체를 알 수 없는, 오히려 원본이 무의미한 수많은 가사와 제문과 편지글들은 베끼는 필사 전통으로 수많은 글들을 재생산하고 유통했다.
 필사 전통 못지않게 기억의 재생산으로 전승되는 낭송의 전통도 경북 여성들이 창조해낸 독특한 문학 향유방식이었다. 이 경우는 대부분 두 사람 이상의 다중(多衆)이 모인 공공적 장소, 예를 들면 잔칫집의 안방과 같이 여성들만이 모인 장소에서 향유되는 방식이다. 초성 좋은 한 여성이 가사를 소리 높게 읽으면 그 외의 여러 여성들은 귀 기울여 듣거나,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하는 자세를 가진다. 때로 감동적인 대목에서는 탄성과 찬사 등의 간섭이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에는 잠시 낭송이 중단되어 술렁이거나, 곧 이어 한두 사람의 제지로 다시 가사 낭송은 계속된다. 한 번에 여러 편이 읽혀지기도 한다.
 필사와 낭송의 문학 전통은 전승과 전파를 거듭하면서 수천, 수만의 가사와 편지와 제문의 이본을 만들어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여성들의 문학전통이 경북 여성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 이는 가히 여성문학의 세계사적 혁명이라고 할 만하다.
 그리하여 학계에서는 “내방가사는 조선 후기부터 주로 영남지방에서 익명의 양반가 여성들에 의해 창작·필사·낭송의 방법으로 향수되고 유통되면서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문학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가사 장르에서 유일하게 내방가사만이 향수와 유통의 전통을 온존하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은 완전히 고전문학이 된 가사이지만 유일하게 내방가사만이 현재진행형의 장르이다. 그것은 오로지 작자면서 적극적 독자였던 경북 여성들에 의해 사적으로 유통, 전승된 경북지방문학인 덕분이다.
 그러므로 내방가사에 관한 한 그 문학적 중심은 경북이다. 내방가사가 예전의 문화 중심지인 서울, 곧 중앙에서 널리 향유되지 않았고, 우리 경북에서만 그 향유가 한정된 덕에 남성문학과 한문문학으로부터 외풍을 덜 받고 전통을 지켜낼 수 있었음이다. 내방가사를 포함한 여성들의 ‘글하기’ 전통은 더 이상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국가연구기관의 도움으로 내방가사의 자료구축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진 바에 의하면 자료의 양적 성과는 엄청나다. 그런데도 우리는 학계에서조차도 자료 원전의 모습을 온전히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이 소중한 경북의 문학유산을 방기하고 있는 사이 내방가사는 남성가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남 담양의 한국가사문학관으로 소리소문없이 빼앗기고 있는 실정임을 알고도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심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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