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대법관과 재판관 인선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법원은 5명의 대법관이 새로 천거돼 국회청문회를 앞두고 있고, 헌재도 8~9월 사이 5명의 재판관을 새로 임명하기 때문이다. 대법관 인선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헌재 재판관은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제 입맛에 맞는 후보를 천거할 가능성이 높아져 `코드인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법을 다루고, 법을 심판하는 재판관들에게는 다른 어떤 직군보다 풍부한 경륜과 높은 인품이 요구된다. 대법관과 헌재 재판관이 특정정권, 또는 특정 이데올로기에 맞춰 재판하고 법을 해석한다면 법의 안정성은 깨지고 만다. 이들에게는 외부 압력과 시류를 무릅쓰고 소신을 유지할 기개와 독립심이 요청된다.
　대법관 인선과정에서 드러난 시민단체 간섭은 대법원의 독립성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퇴임하는 강신욱 대법관은 “법관들이 대법관 되기 위해 특정단체 눈치를 보며 재판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개탄했다. 시민단체 눈치를 보고 재판한 뒤 시민단체 추천을 받아 대법관이 되면 그가 누구를 위한 판결을 내릴지 불문가지다.
　헌재 재판관도 마찬가지다.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교체되면 과반 이상이 바뀌는 것이다. 헌재 성격이 달라진다고 보면 된다. 5명 가운데 2명을 대통령을, 2명의 국회몫은 여야 각 1명이 추천케되어 있어 코드인사 가능성은 열려 있다. 헌재가 `행정도시 위헌’ 결정을 내렸을 때 비난한 집권세력의 공기를 보면 코드에 부합하는 인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
　헌재 재판관 임기는 5년이다. 임기중 판단이 코드에 의해 이뤄진다면 그 판결은 역사로부터 배척될지 모른다. 헌재 재판관을 인선하는 축이나, 추천받는 사람들의 이성을 요구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