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車문화와 보복운전, 개인적 거리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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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車문화와 보복운전, 개인적 거리 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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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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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가대 영어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2013년 5월, 그러니까 2년 전의 일이다. 모 지방신문사의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개국 취재에 통역으로 동행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차를 랜트해서 쉬투트가르트, 뉘른베르크, 레겐스부르크, 뮌헨 등을 거쳐 오스트리아, 스위스 그리고 다시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오는 취재경로였다.
 필자가 독일어를 한다지만,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 혹시 교통사고나 접촉사고가 나면 미묘한, 아 다르고 어 다른 상황을 어떻게 독일어로 말할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에서 필자는 본인의 차에 부착된 블랙박스를 떼어 취재 길에 가지고 갔다. 사실 한국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우리말로 사고상황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아닌가?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랜트카를 배당받고 블랙박스를 앞 유리에 고정하려는 순간 랜트카 직원이 그게 무엇인지 물었다. 랜트카 직원이면 그래도 자동차업에 종사하는 사람인데 차량용 블랙박스라는 것을 모르는 모양이었다. 차량용 블랙박스를 모르냐는 질문에 그 직원은 처음 보는 물건이라고 했다. 용도를 설명해 주니 아주 신기해하였다. 순간 필자는 이 물건을 독일에 팔면 장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과연 한국은 세계제일의 IT강국이었다. 
 독일, 스위스, 오스트리아 3개국의 주요도시를 거치는 기나긴 여정이라 취재기자와 필자는 교대로 운전하기로 했다. 필자가 먼저 핸들을 잡았다. 차가 독일의 아우토반으로 접어들었다. ‘Die Autobahn, Keine Geschwindigkeitsbegrenzung’, 즉 속도 무제한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에 오른 것이다. 말로만 듣는 아우토반에서 필자는 시속 250㎞로 달렸다.
 독일의 명차, 경기용자동차들이 쏜살같이 내달린다. 필자는 간이 오그라들어 계속 고속으로 달리지는 못하고, 속도를 쭉 뺐다가 다시 속도를 줄이고 하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놀라운 모습을 목격했다. 그 대상은 놀라운 속도로 달리는 명차가 아니라 정확한 차선의 수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편도 10차선이라면 가장 가장자리의 차선에서 시속 60㎞로 달리는 캠핑카들이었다.
 때로는 일체형 캠핑카도 있고 또 카라반을 뒤에 매달고 대롱대롱 그 유명한 아우토반을 시속 60㎞로 달리는 차들이라니….  각자 자신의 길을 갈뿐이다. 갈 길이 멀고 바쁘면, 그냥 내달리고 싶으면 아우토반의 1차선을 시속 200㎞, 아니 300㎞로 달리는 것이고, 바쁜 일이 없으면, 빨리 갈 필요가 없으면, 아우토반의 가장자리 차선에서 시속 60㎞로 달리면 되는 것이다.
 하나의 고속도로에서 시속 300㎞와 시속 60㎞의 공존! 또 놀라운 사실은 독일 땅에서 운전하면서, 독일 땅에서만 거의 2000㎞를 달리면서, 아우토반이건, 시내이건 단 한 번도 경적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독일 땅을 벗어나 오스트리아로 접어드니 경적소리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다가, 스위스에 들어서니 경적소리를 더 많이 들을 수 있었다는 것. 한국과 같았다. 필자는 의심이 들었다. 여기는 선진국 스위스인데…. 자동차는 아니었다.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스위스, 이렇게 같은 독일어를 사용하는 세 나라를 다녀도 자동차문화는 달랐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이들 나라의 국경은 마치 대구를 지나 경산으로 접어드는 것과 같다. 독일 고속도로는 어느 나라차량이 들어 와서 달려도 무료이다. 독일의 고속도로에는 한국처럼 요금을 받는 톨게이트가 없다. 그런데 오스트리아, 스위스로 접어드니 정기 고속도로 이용 티켓을 사라고 한다. 고속도로는 독일이 ‘갑’이다. 독일에서 경험한 그네들의 자유, 자율, 여유는 놀라운 것이었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보복운전이란 단어가 많이 뉴스와 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갑자기 추월해서 차를 멈추거나, 내려서 삼단봉을 들고 상대차량의 유리를 깨거나 하는 폭력적인 일이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그런데 비단 이번에 일어난 일일 것인가?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옛날에는 그냥 그렇게 살다가 IT가 발달함으로서 블랙박스 영상을 우리가 살고 있는 웹3.0의 시대, 정보의 공유를 통해 확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찍어서 보내는 것이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바로 찍힌다. 하기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살기가 팍팍해서 민심이 변한 것일까? 경찰은 보복운전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흉기 등 협박죄’를 적용한다고 한다.
 세계 3대 명차, BMW, Benz, Audi 모두 독일산이다. 독일은 자동차의 역사가 유구하다. 이런 나라여서 그런 것인가? 속도무제한 아우토반에서 시속 300키로미터와 시속 60㎞가 공존할 수 있는 나라. 우리나라에서는 조금만 늦으면 경적이 울리고, 보복운전에….
 필자는 이것은 잘못된 공간거리 개념과 졸부근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 공간언어(proximities)란 것이 있다. Edward Hall에 따르면, 사회적 상황에서 인간이 받아들이는 공간의 개념에는 밀접한 거리, 개인적 거리, 사회적 거리, 공적 거리가 있다. 대상에 따라 각 공간에서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르다.
 생각해 보라. 밀접한 거리라면 연인간의 거리, 절친한 친구와의 거리로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나라와 문화에 따라 공간적 거리에 대한 개념과 이해도가 다르다. 한국사람들은 옛날부터 한 마을에, 한 집에 옹기종기 모여 살면서 공간적 거리가 그리 크지 않은데, 처음부터 잘못된 자동차문화와 졸부근성으로 내 차 주위는 다 내 개인적 거리로 여긴다.
 사회적 거리, 공적 거리임에도 개인적 거리로 인식하게 되니 끼어들기에 대해서 불쾌감을 표시하고 경적을 울리고 삿대질을 하는 것이다. 내가, 내 차가 이렇게 가는데, 감히 나를 가로 막다니! 내 차는 내 공간인데, 내 공간을 이 차로 돈을 주고 산 것인데 개인적 거리를 침범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차량등록대수가 2015년에 들어서면서 2000만대이다. 과히 자동차 대국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차량대수가 2000만대이면 거의 두 사람당 한 대이다. 그런데 자동차 문화는 차량대수의 증가만큼 진보를 하지 않았다.
 이제는 자동차문화도 더 바뀌어야 한다. 모 보험회사의 카피가 떠오른다. 차가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고. 도로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개인적 거리를 줄이고 양보심을 넓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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