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국민의 평화헌법 수호 의지와 아베의 정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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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국민의 평화헌법 수호 의지와 아베의 정치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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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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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연립여당인 자민당과 공명당이 결국 집단자위권 행사의 근간이 되는 자위대법 개정안을 비롯해 11개 안보관련법 제·개정안을 중의원에서 강행처리했다.
 ‘국제분쟁의 해결수단으로서 무력 행사를 영구히 포기하고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일본 헌법 9조(평화헌법)를 무력화시키고 ‘전쟁할 수 있는 보통국가’를 지향하는 이들 법안에 대해 일본 국민의 60% 이상은 ‘위헌’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베 정권은 ‘강한 일본 재건’을 내세워 의회에서의 수적 우위로 밀어붙였다.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는 연일 수만명이 집결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대규모 정치 시위다. 아사히, 마이니치 등 아베 정권에 비판적이거나 중도적 입장을 보여온 언론들은 “다수의 오만함과 무책임이 극에 달한 폭거”라고 비난했고, 우호적 언론들조차도 정치권의 합의와 국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 일방처리에 실망스럽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많은 국민이 반대하고, 헌법학자와 전직 내각법제국장을 비롯한 법률 전문가들이 위헌이라고 지적하는 이 법안들을 아베 총리가 강행처리한 이유는 자명하다. 중국의 부상으로 동북아 안보 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일본을 지키고 전쟁 억지력을 키우려면 군사적으로 강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일본인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일본의 재무장이 오히려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일본을 전화의 불길 속으로 몰아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 헌법 9조의 노벨평화상 수상 운동을 주도했던 가나가와현의 전업주부 다카스 나오미 씨는 “호주 유학시절 전쟁과 분쟁으로 난민이 된 수많은 사람을 보면서 일본이 전후 70년 동안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평화헌법 덕분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으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해온 아베 내각의 지지율도 최근들어급전직하하고 있다. 50%를 웃돌았던 지지율은 30%대 후반까지 주저앉았다. 향후 수년간 장기집권이 무난할 것으로 여겨졌던 아베 총리는 당장 오는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일각에서는 안보법제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확산할 경우 아베 총리가 지난 1960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을 강행하려다 여론의 역풍을 맞아 끝내 총리직을 사퇴했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온다. 일본의 내부 정치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할 일은 아니다.
 일본의 방위정책이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론적 입장에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역사 수정주의와 집단자위권 추진, 그리고 평화헌법 개정으로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아베 총리의 우익 독주는 주변국들뿐아니라 수많은 일본 국민을 점점 불안하게 만들고 있음이 이번 안보법제 파동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그가 지금 마주하게 된 정치적 위기는 그래서 자초한 측면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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