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財閥)은 핏줄이 원수다”
  • 김용언
“재벌(財閥)은 핏줄이 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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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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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롯데그룹 ‘형제의 난’, 그리고 그  와중에 일어난 신격호 총괄회장 퇴출과 관련해 28일 밤 트위터에 “권력은 측근이 원수이고 재벌은 핏줄이 원수인가?”라는 글을 올렸다. 롯데 그룹 형제의 난과 관련해선 박 의원 글이 전적으로 옳다. 재벌은 ‘돈’과 이를 탐하는 핏줄이 원수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나이는 94세다. 아시아 최고층 건물인 롯데타워 신축을 독려하고 한국과 일본을 왕래하며 경영에 적극 참여해온 그도 결국 ‘나이’에 꺾이고 말았다. 자식들의 재산 분탕질에 끌려 들어가 평생을 바쳐 키운 롯데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에서 내몰리는 수모를 겪고야 말았다.
 신 전 총괄회장 장남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전 총괄회장의 맏딸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조카인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대행 등이 지난 27일 오전 신 전 총괄회장을 그의 숙소이자 집무실인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서 김포공항으로 황급히 실어간 순간부터 롯데 재벌 일가의 추잡한 재산다툼은 막장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 전 총괄회장을 일본으로 빼돌려 신 전 총괄회장에 의해 한일 롯데 전체의 후계자로 지명된 신동빈 한국롯데 회장을 거세(去勢)하기 위한 작전을 개시했다. 김포공항에는 롯데 일가를 위한 특별기가 기다리고 있었고, 신동주-신영자-신동인 3인은 신 전 총괄회장을 비행기에 태우면서 ‘왕자의 난’이 성공한다는 확신을 가졌을 것이다.
 동경에 도착한 신동주 일행은 아버지를 휠체어에 태워 신주쿠(新宿)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사무실로 직행했고 신 총괄회장은 사무실에 도착하자마자 임직원들에게 “나를 제외한 6명의 이사 전원(全員)을 해임한다”고 명령했다. 해임 대상에는 일본롯데홀딩스 공동 대표인 신동빈 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佃孝之) 사장도 포함됐다. 장남과 맏딸의 쿠데타가 성공한 순간이다.

 그러나 신 전 총괄회장의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증언이 나온다. 27일 당일 그는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를 제외한 6명의 이사 전원(全員)을 해임한다”며 쓰쿠다 사장을 쫓아내놓고 “잘 부탁한다”고 했다면 정신상태를 정상으로 보기 힘들다. 신동주-신영자-신동인 3인방에 의해 신 전 총괄회장이 조정당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신 전 총괄회장은 2013년 말 숙소에서 넘어져 고관절 골절상을 당하고 수술을 받았다. 그 때부터 심신이 예전 같지 않았다는 게 그룹에서 전해지는 얘기다. 최근 들어 신 전 총괄회장이 깜빡깜빡하거나 이전과 다른 이야기를 해 임원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계열사 대표는 “신 총괄회장이 보고받으며 자꾸 같은 말을 묻는다든지 이전 지시와 다른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맏아들이 주도한 쿠데타가 실패해 자신까지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쫓겨난 채 28일 오후 10시 김포공항을 통해 돌아올 때에도 그는 휠체어에 앉아 기자들의 질문에 눈만 껌뻑였다.
 신 전 총괄회장이 차남인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로 지명함으로써 후계체계를 정리한 것은 불과 보름 안짝이다. 그런데 장남과 맏딸에 이끌려 일본에 가자마자 자신의 보름 전 결정을 뒤엎었다. 정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아버지를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켰던 신동주 일파에 대한 신동빈 회장의 반격은 가차없었다. 쿠데타가 일어난 다음날인 28일 정식 이사회를 소집해 적법(適法) 결의를 거치지 않은 신 총괄회장의 해임(解任) 명령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아예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에서 퇴진시켰다.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지만 완전 퇴출이다.
 신동빈 회장은 사태가 마무리된 뒤 일본롯데홀딩스 관계자들에게 “건강이 안 좋은 아버지를 이틀 사이에 두 번이나 비행기에 태워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하다니 가족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다고 한다.
 롯데의 ‘1일 천하’ 드라마는 오로지 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투쟁이다. 장남이 경영권을 노리고 병약한 아버지를 일본으로 빼돌리고, 또 다른 속셈이 있는 누나가 그의 편을 들고, 기습당한 또 다른 아들은 아버지를 아예 뒷방으로 내모는 부끄러운 막장드라마다. “재벌은 핏줄이 원수”라는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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