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약자·장애자는 설악산·지리산 가면 안되나?
  • 김용언
노약자·장애자는 설악산·지리산 가면 안되나?
  • 김용언
  • 승인 2015.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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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설악산과 지리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문제는 지난 3년 전 이미 ‘불가’(不可)로 결론이 난 사안이다. 국립공원위원회가 2012년 6월 26일 지리산·설악산·월출산을 비롯한 6곳의 케이블카 계획에 모두 ‘부적절’ 결정을 내렸다. ‘환경훼손’이 가장 큰 이유였다. 다만 사천시의 한려해상 1곳만은 케이블카 설립을 허가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7월 30일 경남도는 규제개혁위를 열어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행정자치부에 공식 건의했다. 환경부가 이미 사업부적합 판정을 내렸고, 국립공원위도 불가 결정을 내린 사업을 경남도가 다시 물 위로 끌어올린 것이다. 경남도 뿐만 아니라 설악산 국립공원 인근 자치단체들도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다시 추진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그 경관(景觀)을 즐길 날이 올것인지 관심거리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두 번의 실패에 이은 ‘3수’ 도전이다. 양양군을 비롯한 강원 지자체와 사업자들은 “낙후된 관광 인프라를 업그레이드하고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케이블카 설치를 강조한다. 국토의 64%가 산지인데 규제에 묶여 투자와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보고서에 따르면 케이블카 사업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1520억 원에 이른다. 환경단체의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반론은 이렇다. “헬기로 자재를 실어 나르고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등산을 못하는 장애인도 산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산의 민주화’도 내세우고 있다. 강원도 시군의회의장협의회는 케이블카 건설 촉구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환경단체로 구성된 ‘자연공원 케이블카 반대 범국민대책위’는 기자회견을 열어 “케이블카 설치 예정 지역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산양과 하늘다람쥐, 200년이 넘은 나무들의 서식지임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환경회의 등은 지난달 말 사업 반대 와  산지관광정책 철회를 위한 ‘400인 선언’을 발표했다. 설악산 곳곳에서 1인 시위도 벌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강행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산에 손대고 있다”는 주장도 펴고 있다. 황인철 녹색연합 평화생태팀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8월 평창 겨울올림픽과 연계한 사업의 조기 추진을 지시한 후 정부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엄정한 심의보다는 정치 논리로 사업을 밀어붙이는 분위기”라고 비판했다.
 현재 우리나라 국립공원 가운데 덕유산과 내장산에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다. 특히 덕유산 케이블카는 정상인 향적봉 코밑까지 연결되어 있다. 스키어들을 위해 설치한 케이블카가 일반 관광객과 등산객들에 의해 이용되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덕유산 정상 케이블카 정류장 부근은 아예 유원지처럼 되어 버렸다. 내장산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설악산과 지리산 케이블카 설립을 추진하는 강원도와 경남은 덕유산과 내장산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 환경파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다고 까다로운 국립공원위의 심사를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외국에서는 우리보다 훨씬 너그럽다. 알프스의 경우 몽블랑 정상 가까이까지 케이블카가 실시간 연결되어 있다. 스위스의 체르마크까지 산악열차가 다니고, 그로부터 케이블카가 연결되어 있다. 심지어 산 정상에 대형 호텔까지 세웠다. 그래도 환경파괴 소리는 나오지 않는다. 환경단체가 현장에서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도 안 들린다. 종교인이 ‘단식’했다는 얘기는 더더욱 없다.
 케이블카를 건설하면 분명 탐방객이 급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등산객들의 발길에 이미 파괴된 주요 등산로를 줄이는 대신 케이블카와 케이블카에 접근하는 통로만 개방하면 환경파괴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 보다 고산 등산이 불가능한 노약자와 장애자들에게도 우리나라 명산(名山)의 경관을 즐길 수 있는 권리를 나눠준다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케이블카가 가져다 줄 미래의 부가가치도 참고해야하지 않을까? 국립공원은 국민 모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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