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말년’ 의 중요성을 일깨운 롯데사태
  • 김용언
‘인생 말년’ 의 중요성을 일깨운 롯데사태
  • 김용언
  • 승인 2015.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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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중국 4대 현군(賢君)으로 꼽히는 당(唐) 현종은 말년이 비참했다. 초기 정치를 잘해 개원(開元)과 천보(天寶) 시대 수십 년의 태평천하를 구가했지만 노년에 접어들자 정치를 등한시하고, 도교(道敎)에 빠져 막대한 국비를 낭비했다. 게다가  35살이나 어린  양귀비(楊貴妃)를 궁내로 끌어들인 뒤 정사를 포기하다시피 하여 마침내 안록산(安祿山)의 난까지 초래했다. 피난도중 양귀비가 병사에게 살해되자 아들 숙종(肅宗)에게 양위하고 은거에 들어갔다.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올해 93세의 고령이다. 젊은 시절 일본에서 맨손으로 모은 종잣돈으로 1967년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해 국내 5위의 기업군으로 키웠다. 자수성가의 모범이다. 그런 심 총괄회장의 말년 모습은 딱하기 짝이 없다. 오락가락하는 정신상태 속에 장남과 장녀의 손에 이끌려 전세기를 타고 일본으로 날아가 자기가 후계자로 세운 차남이자 한일 롯데그룹 총수의 목을 자르는 해프닝을 벌였다. 결국 신 총괄회장은 차남의 손에 의해 총괄회장 자리에서 쫓겨나는 수모를 겪었다.
 신 총괄회장은 2011년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지만 총괄회장이란 직책을 유지했다. 올해 초에는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모든 보직에서 해임했다. 이어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로 선임됐다. 한일 롯데의 ‘신동빈 체제’가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로부터 불과 보름 후 신 총괄회장은 자기 손으로 잘랐던 장남 신동주의 손을 잡고 일본으로 날아가 신동빈과 그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지시를 내렸다. 중앙일보는 이런 그의 행태를 ‘손가락질 경영’이라고 비판했다. 체계도 없고 질서도 없이 손가락 하나로 좌지우지하는 야반적 행태라는 것이다.

 문제는 신 총괄회장의 정신상태다. 그는 동경에서 신동빈 체제를 붕괴시키면서 해임한 간부에게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제정신이 아니라는 증거다. 하루에도 변덕이 죽 끓듯 하고 본인의 말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이다. 현대그룹 정주영 명예회장이 말년에 정신이 혼미한 상태였을 때 아들들이 ‘왕자의 난’을 일으킨 것과 유사하다.
 신 총괄회장을 뒤에서 조정한 장남 신동주와 장녀 신영자, 동생 신선호는 더 가관이다. 이들은 롯데호텔 34층 신 총괄회장 숙소겸 사무실을 사실상 점거하고 신동빈 회장의 접근을 막았다. 그러면서 신 총괄회장의 ‘지시’를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때렸다” “신동빈을 구치소로 보내겠다고 했다”는 저질 폭로다. 신 총괄회장의 ‘친필’이라는 문서도 공개했지만 친필이 아니라는 지적이 일자 “서명은 진짜”라고 주장했다. 아버지의 체신과 명예보다 그룹 재산을 향한 추한 욕심이 여과없이 드러났다. 신동주는 한국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신 총괄회장을 “오또상”으로 불러 호된 비난을 자초했다. 한국말도 못하면서 롯데의 한국 재산을 탐낸다는 비난이다.
 신 총괄회장이 ‘손가락질 경영’으로 키운 롯데는 우리나라에서 ‘수준낮은 재벌’로 통한다. 기업 정보 공유서비스 잡플래닛이 ‘국내 10대 그룹사의 일 하기 좋은 정도’를 조사한 결과, 롯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일하기 싫은 기업 1위’로 선정됐다고 지난 4일 밝혔다. 외형은 재벌일지 모르지만 실체는 저질장사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군대문화가 팽배하다. 임원들이 너무 보수적이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 (롯데백화점)” “경영진이 제일 문제다. 낙하산이나 계열사 이동 함부로 해서 똑똑한 사람 나가게 하지 말아야 한다(롯데쇼핑)” “5년 동안 있으면서 배운 건 권력남용, 독한 인내심 (롯데마트)” 같은 품평이 인터넷에 올라 있다. 롯데는 친구에게 추천할 만한 기업인지를 묻는 항목에서도 10대 그룹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친구라면 우리 회사로 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는 의미다.
 ‘신동주·동빈 형제의 난’으로 롯데그룹은 국내에서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의 소속이 일본인지 한국인지 불투명하고, 극소수의 지분으로 자기들 멋대로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작태가 못마땅한 것이다. 신격호는 재일동포 성공신화의 주역이다. 그러나 말년의 신격호는 끈적거리는 집착 때문에 개인과 회사가 모두 치명상을 입었다. 사람은 누구나 물러갈 때를 알아야 한다. 그게 롯데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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