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기적’ 양산하는 게 바로 극일(克日)
  • 김호수
‘포스코 기적’ 양산하는 게 바로 극일(克日)
  • 김호수
  • 승인 2015.08.1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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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수 편집국장
[경북도민일보 = 김호수]  애초 아베 일본 총리에게 과거사 사죄를 기대했던 게 무리다. 아베는 자신의 조부가 저지른 전쟁범죄를 사죄할 의도가 아예 없었다. “과거사에 대해 과거 일본 정부가 여러차례 사과했다”는 말로 과거사 반성을 농락한 그에게 양심과 양식을 기대했던 게 잘못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변해야 한다. 일본이 대한민국 앞에 무릎을 꿇고 진정한 반성을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건 일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다. 요원(遼遠)한 일로 보이지만 해방후 70년 동안 우리가 이룩한 기적들을 감안하면 불가능할 것도 없다. ‘포스코’가 그 모델이다.
 조선일보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1968년 5월 포항 영일만 바닷가에 연건평 198㎡(60평)짜리 2층 가건물, ‘롬멜 하우스’라 불린 포항제철 건설본부가 들어선 때를 회고하며 포스코의 기적을 소개했다.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2009년 1월. 아사히신문이 ‘신일본제철의 제자’로 취급받던 포스코가 드디어 그 꼬리표를 뗐음을 알리는 기사를 실었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 가운데 마지막까지 포스코 강판을 외면하던 도요타 본사, 그것도 일본 내수용 자동차에 포스코의 자동차용 강판이 납품되기 시작했다는 뉴스다. 포스코가 자동차 강판을 생산한 지 27년 만의 일이다. 도요타는 자체 실험 결과 포스코 강판이 신일본제철 등 일본 국내산 제품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한데도 품질상 차이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1968년 롬멜하우스를 찾은 박정희 대통령조차 “제철소가 되기는 되는 건가”라고 혼잣말을 했을 정도였던 포스코가 일본 제철소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셈이다. 생산성 측면에서 포스코는 신일본제철을 누른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소다. 극일(克日)의 상징이다.
 이어 1994년 9월 각 일간지에 ‘한민족 세계 제패 월드베스트 정신으로 해냈습니다’라는 전면광고가 소개됐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256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삼성전자가 게재한 광고. 광고면 절반에는 구한말 태극기가 실렸다. 삼성전자가 256메가 D램 개발 성공을 공식 발표한 날(8월 30일)은 경술국치일(8월 29일) 다음 날이다. 태극기 광고는 세계 메모리 시장 1~3위를 독식해온 일본을 기술로 눌렀다는 극일 선언이었다.
 ‘산업의 쌀’ 반도체로 시작된 극일은 2000년대 TV·디스플레이와 휴대폰 등 IT산업 전반에서 대 일본 역전극으로 이어졌다. 일본이 개발하고 세계 시장의 거의 100%를 장악했던 평판 디스플레이 시장 정상을 LG디스플레이가 차지했고, 삼성전자는 TV의 대명사였던 소니를 제치고 글로벌 1등에 올랐다.
 현대중공업이 1972년 3월 울산 조선소 기공식을 열었을 때 한국은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이 채 1%도 안 되는 약소국이었다. 세계 조선 시장의 절반을 차지한 일본과는 비교가 불가능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한국이 대형 선박을 건조한다는 건 무모하다”고 비꼬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미쓰비시를 추월하는 데는 겨우 11년이 걸렸을 뿐이다. 1983년 일본 경제 전문지 ‘다이아몬드’는 현대중공업의 세계 1위 등극 뉴스를 올렸다.
 조선에 이어 자동차다. 현대차는 이제 일본 자동차 메이커 그 누구도 얕잡아 볼 수 없는 글로벌 메이커가 됐다. 미국은 물론 유럽, 중국 등 세계 도처에서 일본차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도요타 오너가 현대차를 해체해 경쟁력이 강한 이유를 살펴봤을 정도다. 조선과 자동차, 전자에 이어 삼성SDI와 LG화학이 세계 1·2위를 차지한 리튬이온전지 등도 일본을 따돌린 극일 우등생이다.
 그러나 아직 멀었다. 한국을 우습게 여기고, 미국과 중국만 의식하는 일본의 나쁜 버릇을 고치는 길은 지금도 일본이 가지고 있는 경쟁우위 분야를 깨는 것이다. 이우광 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디스플레이용 편광판과 기능성 필름 등 소재·부품과 리튬이온전지 음극재 등 기능성 화학소재, 정밀 공작기계와 산업용 로봇 분야”를 꼽았다.
 광복 70년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강국이다. 세계 6위의 무역대국이다. 그러나  일본에 관한한 아직 멀었다. 더구나 아베 같은 극우 국수주의자들이 존재하는 한 일제(日帝)의 악몽(惡夢)을 떨쳐내기 어렵다. 이제 다시 70년 일본을 깔아 뭉개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건 포스코 같은 기적을 무수히 만들어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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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리지 2015-08-25 23:56:08
정말 감동적인 글입니다. 저부터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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