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바람이 불어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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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불어오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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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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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동국대 대학원 객원교수
[경북도민일보] ‘메르스’로 재앙이 닥칠 것 같았던 시간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지나갔다. 37도를 오르내리던 폭염도 지나갔다. 그리고 입추도 지났으니 곧장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리라.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제각기 적응하며 살아간다. 적응의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달리 나타난다. 좋을 때는 그것이 끝없이 이어질 줄 알고 그 속에 빠져서 살고, 나쁠 때는 그것이 또한 이어질 줄 알고 절망하고 고통에 빠져 산다. 극단적인 사람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앞날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해한다. 그것이 불안의 원초적인 트라우마이다. 미래를 알고 싶은 욕망이 점술을 낳게 하고 종교를 만들기도 한다. 눈부시게 과학이 발달한 지금도 점술의 영향은 여전해 보인다.
 낙관적인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그것이 비록 힘든 시련이라 할지라도. 그러나 비관적인 사람들은 반대로 받아들인다. 좋은 일조차도 걱정거리로 만들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낙관적이든 비관적이든 그것은 개인의 성향 탓이지 현실적인 문제는 아니다. 따지고 보면 둘 다가 결국은 착각인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변화한다는 것이다. 고정불변의 그 무엇은 아무 것도 없다. 관점을 달리하면 선이 악이 되기도 하고 악이 선이 되기도 하는 것이 삶이고 역사인 것이다. 변화 속에 흘러가는 것이 세상사 임을 통찰하는 사람들은 좋을 때나 나쁠 때나 크게 동요하지 않고 비교적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며 산다.
 복권에 1등 당첨된 사람들의 생활을 추적해서 써 놓은 글을 보면 복권 당첨으로 인해 행복하게 된 사람들보다 오히려 불행해진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되어있다. 순식간에 엄청난 돈이 생겼으니 그 기쁨을 누릴 줄 만 알았지 그것이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지는 전혀 짐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고전인 ‘회남자’에는 이런 글이 실려 있다.  중국 시골에 한 노인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그가 기르던 말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말이 큰 재산이던 시절이었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위로를 하자 노인은 “그것이 오히려 복이 될지 누가 알겠소” 하면서 모두를 돌아가라고 한다. 그리고 얼마 뒤에 그 말이 한 필의 멋진 준마를 데리고 돌아 온 것이다. 마을 사람들이 몰려와 축하를 하자 노인은 말한다. “그것이 도리어 화가 될는지 누가 알겠소. 모두들 돌아가시오” 말타기를 좋아하던 노인의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놀다가 낙마하여 다리가 부러져버렸다. 마을 사람들이 위로하자 노인의 대답은 여전했다. “그것이 복이 될는지 누가 알겠소. 돌아가시오” 당시 중국은 밤낮없이 전쟁 중이었다. 마을의 젊은이들이 모두 전쟁터에 불려나가 대부분 죽었으나 노인의 아들은 절름발이여서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았고 따라서 목숨은 건질 수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고사를 사람들은 인간사 새옹지마라고 흔히들 인용한다. 새옹이라는 노인은 마을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변화의 진리를 간파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잘 나갈 때도 어려워질 때를 염두에 두고 사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이다. 권불십년이요 화무는 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다. 권력도 10년을 가지 못하고 붉은 꽃도 열흘을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변화하고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자신을 살피고 지킬 줄 아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인 것이다. 그렇지 못하고 불꽃처럼 왔다가 안개처럼 사라지는 허명과 권력이 자신의 참 모습인양 착각하며 살아간다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멀지 않아 상쾌한 가을바람이 불어 올 것이다. 거칠어진 호흡도 바람에 날려 보내고 텅빈 마음으로 속절없이 가을을 맞을 일이다. 바쁜 일상이지만 가까운 주변의 산에도 올라 곱게 물들어가는 단풍도 눈에 담아두는 여유도 지니는 것이 좋다. 힘들고 지치지 않는 삶이 어디 있을 것인가? 그러면서 사는 것이 인생이요 삶인 것이다. 메르스도 지나가고 폭염도 지나가듯이 모든 것은 흘러간다.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현실을 받아들이면 발걸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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