赦免 해줘야 청년일자리 만들겠다고?
  • 김용언
赦免 해줘야 청년일자리 만들겠다고?
  • 김용언
  • 승인 2015.08.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박근혜 대통령이 광복 70주년을 맞아 6527명에 대한 특사(特赦)를 단행했다. 이번 특사의 최대 관심사는 정치인과 기업인에 대한 사면 여부였다. 야당은 정치인 사면을 요구했고, 경제계는 재벌 오너들에 대한 은전(恩典)을 기대했다. 결과는 기업인 소폭 사면-정치인 배제다. 재벌과 정치인에 대한 국민의 반감(反感)을 고려한 결과다.
 특히 기업인도 ‘짠물 사면’을 면치 못했다. 가장 관심을 모았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면에 포함됐지만 형기 4년 가운데 2년 7개월 복역한 상황이다. ‘감옥에서 살 만큼 산’ 처지다. 구치소에 갇힌 뒤 몇 달 지나면 얼굴 들고 구치소를 나서던 과거 재벌들에 비하면 고생한 편이다. 최 회장을 포함해 사면된 기업인은 14명이다. 재계로서는 인색하다는 소리가 나올만 하다.
 당사자들로서는 이번 사면이 너무 엄격했다고 불만을 가질만 하지만 국민에게는 기업인 사면이 ‘특혜’로 보일 수밖에 없다. 사면 대상 기업인들의 비리가 일반 서민들의 범법에 비해 엄청나기 때문이다. 수천억원의 분식회계는 물론 업무상 횡령으로 경제에 주름을 주고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 행태를 생계형 범죄와 비교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짓이기도 하다. 그만큼 사면이라는 혜택을 입은 경제인들의 사회에 대한 보은(報恩)이 당연하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특사를 단행하기 직전 특사 명분으로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을 제시했고, 8월 6일 경제활성화 담화를 발표한 것은 사면받은 기업인들에게 보낸 일종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광복 70주년 특별사면을 받은 SK 최태원 회장이 연일 회사로 출근해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오찬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출소 후 당분간 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 행보다. 최 회장은 특히 17일 SK 주요 계열사 사장들과 오찬을 함께 하며 “투자활성화를 위해 전 계열사가 신규 투자처를 발굴하라. 일자리창출, 사회공헌사업에 적극 나서야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의 8월 6일 경제활성화 담화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특히 SK그룹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룹 차원의 장기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기로 했다. 2016년부터 2년간 운영되는 지원 활동을 통해 4000명의 인재를 육성하고 2만명의 창업교육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대학과 공동으로 창업지원센터를 설립, 2년간 2만명을 교육시키고 우수한 인력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등으로 보내 해외 창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한다. 또 청년들이 중소기업, 벤처기업, 사회적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6개월 간 인턴십 과정을 통해 맞춤형 직무능력을 개발하는 ‘SK 고용 디딤돌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SK그룹의사결정기구 김창근 SUPEX추구협의회 의장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은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정부의 힘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판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SK식 ‘청년 비상(飛上)’ 프로그램이다. 한화그룹은 8·15 특사가 단행되기 직전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보따리를 풀었다. 2017년까지 1만7569명에 이르는 대규모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는 것이다. 올해도 하반기 예정인원 2958명보다 2배 많은 청년들을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청년일자리 창출이 중요하다고 여겼다면 진작 발표할 수도 있었던 계획이다. 결국 8·15 특사 직전 대대적인 고용계획을 발표한 것은 “우리 재벌 총수를 살려달라”는 읍소(泣訴) 성격이 짙다. 한화 김승연 회장은 배임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아 사면이 절실한 처지다.
 형제가 재산분쟁으로 지탄을 받고 있는 롯데도 앞으로 3년 이내 2만4000명까지 신입사원 채용인원을 늘리기로 했다. 청년실업 해소와 그룹의 지속성장을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그룹측 설명이다. 이인원 롯데정책본부 부회장은 “고용창출은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의 책임이자 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토대”라며 “역량 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도록 능력 중심 채용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한화·롯데의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이 국가에 기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그걸 재벌 총수의 사면이 임박하자 꺼내들고 “우리 총수를 살려달라”고 통사정하는 모습을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이번 사면으로 더 절실해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