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담합-사면-자정결의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 연합뉴스
건설업계 담합-사면-자정결의 언제까지 반복할 건가
  • 연합뉴스
  • 승인 2015.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공공 공사 입찰 참가제한이 풀린 대형 건설사들이 19일 자정 결의대회를 열어 담합 근절을 약속했다.
 대한건설협회는 ‘공정경쟁과 자정실천을 위한 결의문’에서 “담합 등 불공정 행위가 경제질서를 교란하는 것임을 명백히 인식하고 공정한 경쟁 룰 준수에 최선을 다하며, 부조리한 과거 관행과 완전히 단절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담합으로 과징금을 물고 경영진이 구속되는 등 수난을 겪은 건설업계가 특별 사면을 계기로 과거의 불공정한 관행을 벗어던지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건설업계는 사면에 화답하는 뜻에서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 기금을 마련해 복지사업도 확대하기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과거에도 이런 자정 결의가 여러 차례 있었기 때문이다. 사면으로 담합 건설사에 대한 행정 제재가 풀린 것은 2000년 이후 4번째이다. 그때마다 건설업계는 자정을 결의했지만 다시 담합을 하다 적발됐다. 그리고 경제살리기를 명분으로 사면을 받았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이번 자정 결의도 진정성 있는 대국민 약속인지, 은전을 베푼 정부를 향한 구애인지, 아니면 관행처럼하는 이벤트성 행사인지 헷갈린다.
 사실 이번 자정 결의나 2000억원 기금 출연에 감동할 국민은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선진국에 진입하려면 담합과 같은 문제를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
 시장경제 체제를 교란하는 불공정행위로 국민이 입는 피해와 사회적 해악은 ‘2000억원’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건설업계가 기금으로 하겠다는 국공립학교 교실과 화장실 개·보수 공사, 저소득층 불량주택 개량사업 등의 복지사업은 공공 건설 사업에서 담합이 없었으면 아꼈을 세금으로정부가 하는 것이 맞다.

 광복절 사면에 건설업체들을 포함한 것은 일면 타당하고 현실적인 필요도 있었다. 대형 건설사 대부분이 4대강 공사, 호남고속철 사업 등에서 담합이 적발돼 공공공사 입찰참여 제한 처분을 받는 바람에 국책사업을 시행할 건설사가 없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해외 공사 수주에도 어려움이 커졌다고 한다. 더구나 4대강 공사의 경우 ‘정부가 주도한 담합’이라는 말도 있으니 건설업체들로서는 억울할 만도 하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정부가 (4대강 공사 입찰의) 담합을 알면서도 묵인·조장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부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공사를 마치기 위해 다수의 공구를 동시 발주함으로써 건설사들이 공동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감사원도 2013년 7월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 사업을 추진한 탓에 담합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감사결과 내놨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이해하지만 준법 경영과 공정한 경쟁으로 상황을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발전은 요원하다. 우리 사회도 담합-적발-사면-자정결의와 같은 즉흥적해법에 만족하면 결코 선진국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선진국들이 자국 기업의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대는 것은 경제살리기에 대한 의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시장경제가 제대로 작동하고 기업도 튼튼하게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는 우리 건설사들은 70년대 고도 경제성장의토대가 된 ‘중동 특수’의 주역이었고 지금은 ‘제2의 중동붐’을 이끌고 있다. 이번 사면을 계기로 정도 경영의 각오를 철저히 실천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되찾았으면 한다.
 정부도 차제에 기업들에 담합의 유혹을 느끼게 하는 제도나 시스템의 미비점은 없는지, 건설업계가 주장하는 이중처벌의 요소는 없는지 점검해 법치가 자꾸 흔들리는 일을 미리 막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