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용 대림명예회장·LG그룹·여배우 이영애
  • 김용언
이준용 대림명예회장·LG그룹·여배우 이영애
  • 김용언
  • 승인 2015.0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어째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이다. 어제 아침 이준용(77)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재단법인 ‘통일과 나눔’(이사장 안병훈)에 자신의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뉴스를 접하고서다. 이 명예회장은 자신의 개인 재산이 “대림산업과 관련한 비공개 주식 등 20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우리나라 기부 역사상 최대 규모가 아닌가 싶다.
 이 명예회장은 1995년 별세한 대림그룹 창업주인 고 이재준 전 명예회장 장남이다. 이 명예회장은 작년 12월 아내 한경진 여사가 작고한 뒤 개인 재산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집사람이 나를 추월해 먼저 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얼마 안 되지만 내가 원하는 곳에 주고 싶었다”고 했다. 먼저 떠난 한 여사도 남편의 결정을 흔쾌히 여길 것으로 보인다. 이 명예회장에게 전 재산 기부라는 동기(動機)를 부여한 것은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8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의 끝없는 기부 선행(善行)이다. 버핏은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 부부가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다. 버핏 회장은 올해도 28억4000만달러(약 3조4000억원)를 사회에 기부했고, 이 중 75%가량을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에 냈다. 버핏이 2006년부터 기부한 총액은 255억달러(약 30조2000억원)에 이른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의 10분의 1 가량을 사회에 쾌척한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용단이다.
 이 명예회장도 다른 재벌 총수처럼 ‘대림’이나 ‘이준용’이라는 이름을 내건 재단(財團)을 만들 수도 있었다. 삼성·현대·롯데그룹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명예회장은 “내가 내 이름을 걸어서 재단을 새로 만들고 운영해도 되지만 그러려면 그게 다 비용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며 “워런 버핏이 자기 재단이 아닌 ‘게이츠 재단’에 기부한 것처럼 ‘좋은 일 제대로 하는 곳’ 찾아 기부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준용 명예회장은 평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는 재계의 원로 경영자다. 그는1995년 대구지하철 가스폭발 사고 발생 다음 날인 4월 29일 긴급간부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이번 사고는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며 “빠른 피해 복구를 위해 그룹에서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라”고 지시했다. 당시 사고 낸 건설사들이 복구비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었고 그룹 측은 다음 날 피해 복구비와 유가족 성금으로 20억원을 기탁했다. 국내 대기업이 낸 성금 중 가장 많았다.

 이 명예회장은 소탈하고 근검절약이 몸에 밴 경영인으로 통한다. 회사에 도착할 때 경비원들에게 차량 문을 절대 열지 못하게 하고 본인이 직접 문을 열고 내린다. 또 일반 직원들과 같은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고 수행비서는 아예 없다. 작년 12월 부인상을 당했을 때도 친·인척을 제외하고는 전혀 알리지 않았다. 발인이 끝난 뒤 신문에 부고를 냈을 뿐이다. 1999년 셋째 아들 결혼식은 날짜만 있고 시간과 장소가 없는 청첩장을 돌리기도 했다.
 이준용 명예회장의 선행이 소개된 것과 동시에 한류 톱스타 이영애씨가 북한의 DMZ 지뢰 도발로 큰 부상을 당한 김정원·하재헌(21) 하사에게 위로금 50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이 전해졌다. 이영애씨는 젊은 군인들이 북한의 지뢰 도발로 다리를 잃고도 “평생 군인으로 남아 나라를 지키겠다”고 다짐한 용기와 희생 정신에 감동 받아 눈물까지 흘렸다는 것이다. 이영애씨 부친도 6·25전쟁 당시 부상을 입고 퇴역한 장교 출신이다.
 이에 앞서 LG그룹은 DMZ에서 북한군이 매설한 지뢰 폭발로 다리를 잃은 하 하사와 김 하사에게 각각 5억원씩 위로금을 전달하기로 했다. LG 그룹은 지난해 7월 소방 헬기 추락 사고로 순직한 소방관 5명의 유가족에게 총 5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시민을 구하려다 희생한 고(故) 정옥성 경감 유가족에게 5억원의 위로금과 자녀 학자금 전액을 지원했다.
 우리나라 재벌과 부자들은 아직 멀었다. ‘땅콩 회항’같은 수퍼 갑질과 재산을 둘러싼 골육상쟁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과 LG 그룹, 그리고 배우 이영애씨 같은 선행의 주인공이 존재하는 한 희망을 말할 수 있다. 당신같은 천사들이 있어 우리는 행복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