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수퍼 甲질’ 끝이 없다
  • 김용언
권력의 ‘수퍼 甲질’ 끝이 없다
  • 김용언
  • 승인 2015.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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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삼포세대’, ‘오포세대’, ‘청년실신’ (청년실업자+신용불량자), ‘인구론’ (인문계 졸업자 90%가 실업자) 등은 청년실업의 심각성을 일컫는 유행어다. ‘삼태백’ (30대 절반이 백수). ‘장미족’ (장기간 미취업자)이라는 것도 있다.
 올 봄 청년실업률은 11.1%로 IMF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체 실업률 4.6%에 비교하면 청년실업률이 3배 가량 높다. 청년들에게는 정말 잔인한 통계다. 그러나 청년실업률 11.1%도 허수(虛數)다. 시간제와 인턴 비정규직 등을 포함한 수치다. 그럴 듯한 직장에 다니는 젊은이를 찾기는 쉽지 않다. 체감실업률은 훨씬 높다는 얘기다.
 정부가 ‘임금피크제’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며 ‘노동개혁’을 외치는 것도 청년실업의 심각성 때문이다. 노동시장이 유연해야 젊은이들 일자리가 늘어나고 취업이 쉬워진다는 간단한 논리다. 기성세대가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함으로써 생긴 여유로 젊은이들을 고용하자는 것이다. 사실상 청년일자리 때문에 나라 전체가 전쟁을 치르다시피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국회의원들의 자녀 취업 특혜 시비가 벌어졌다. 새정치민주연합 윤후덕 의원이 지역구에 있는 대기업에 딸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불거진 가운데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의 아들 취업청탁 의혹이 터진 것이다. 갖가지 변명이 난무하지만 잣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맨 것부터가 잘못이라는 비판이 쏟아진다. 윤 의원은 딸이 2013년 9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채용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 의원은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건 사실은 시인하면서 “특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이틀 지나서 ‘부적절한 처신’이라고 자복했다.
 새누리당 김 의원의 아들은 2013년 11월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취업했다. 그가 취업하기 2개월 전 공단 변호사 자격 기준은 ‘법조 경력 5년 이상’이었지만 김 의원과 친분이 두터운 손범규 당시 공단 이사장이 그 기준을 맞춰주기 위해 채용 후 100일 지나 근무할 수 있게 했다. 누가 봐도 이상한 조치다. 법조인 572명이 관련 정보 공개를 요구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사실이 아니다.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했다. 새누리당과 새정련이 각각 김· 윤 의원에 대한 자체 조사를 시작했으니 그 결과가 궁금하다.

 문제가 된  두 의원의 자녀는 모두 로스쿨 출신이다. 현재 로스쿨은 과잉을 넘어 초과잉 상태다.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봤자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다. 그런데 두 의원의 자녀는 국회의원 아버지 힘으로 내로라하는 직장에 취업했다. 로스쿨을 졸업하고도 직장을 잡지 못해 백수로 떠도는 젊은이들의 눈에 어떻게 보였을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도서관, 학원, 고시촌을 떠돌거나 ‘알바’ 일자리를 찾아다니는 젊은이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도 쾌재를 불렀는지 궁금해진다.
 자기 자식이 놀고 빈둥대는 것을 보는 것은 부모 누구에게나 큰 고통이다. 그 것도 로스쿨 같은 훌륭한 과정을 밟았지만 소원하던 판사, 변호사는커녕 일반 직장에도 들어가지 못했다면 속이 터질 노릇이다. 그건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국회의원 일부가 이들 부모의 가슴에 화염병을 던진 셈이다. 내 자식이 중하면 남의 자식도 귀한 법이다.
 유별난 자식사랑, 가족사랑 때문에 입방아에 오른 국회의원, 정치인은 많다. 문재인 새정련 대표도 아들 취업으로 곤경에 처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4월 국회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 아들이 노동부(현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 특혜로 취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문 대표는 그후 대선후보 때에도 이 문제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새정련 문희상 의원은 비대위원장 시절 채무관계가 있는 처남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소개해 2004~2012년 8년 간 대한항공이 미국에 세운 컨테이너 항구회사 컨설턴트 직함으로 총 74만7000달러(약 8억1027만원)의 보수를 받게 했다해서 한동안 시끄러웠다. 이 문제는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다. 가족은 사랑의 대상이지만 그 사랑을 잘못 베풀면 독(毒)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실증적 사례다.
 국회의원들의 ‘수퍼 갑질’이 문제된 가운데 조선일보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속 새누리당 윤명희 의원이 지난 3월 자신이 대표로 있던 회사 쌀 제품에 자기 이름을 사용해 문제가 됐다고 보도했다. 윤 의원은 비례대표다. 갑질도 참으로 가지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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