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게임’ 피한 남북, 관계개선 모멘텀 놓치지 말아야
  • 연합뉴스
‘치킨게임’ 피한 남북, 관계개선 모멘텀 놓치지 말아야
  • 연합뉴스
  • 승인 2015.08.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았던 남북이 최악의 충돌 상황 직전에서 멈춰섰다. 남측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북측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25일 판문점 고위급접촉에서 북측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유감 표명과 남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합의했다.
 더 나아가 이른 시일 내에 당국 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고, 오는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갖기로 합의했다. 다양한 분야의 민간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꽉 막혔던 남북관계의 극적인 돌파구가 열린 셈이니 가히 전화위복이라 할 만하다.
 무박 4일간의 유례없는 마라톤협상을 통해 남북관계에 극적인 전환점이 마련된 것은 공동합의문 내용의 일부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특히 남북이 중국이나 미국 등 주변 강대국의 개입 없이 양자 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마련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날로 엄혹해지는 동북아의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반도 대치 국면이 지속됐다면 우리는 역내에서 긴장의 제공자이자 수동적 참여자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변 강대국에 대북 문제에 대해 이해와 협조를 당부하는 의존적 외교를 할 수밖에 없고, 이는 우리의 외교적 선택을 제약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동북아 신질서 형성과정에서도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참여의 기회는 봉쇄당하고 만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실질적인 대화와 협력의 국면으로 발전해 간다면 우리는 남북 관계에서의 주도적 역할을 바탕으로 대미, 대중, 대일 외교의 입지를 넓힐 기회를 갖게 된다. 향후 북핵 관련 6자회담 재개 등에서도 우리의 발언권은 강화될 수있다.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돼온 ‘외교 고립론’을 탈피할 절호의 기회다. 우리 외교당국자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번 합의가 성사된 데는 북한의 절박함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핵개발 추진에 따른 제재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무원인 북한은 중국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간신히 연명해 왔다. 하지만 이마저도 한계상황에 봉착해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과도 사실상 관계를 단절해온 북한 입장에서 믿을 곳은 남한뿐이었던 셈이다. 북한이 과거 협상과는 달리 판을 뒤엎지 않고 나흘 동안의 지루한과정을 견디며 끝내 타협에 이르게 된 것도 이 때문이라는 관측이 있다. 이번 김관진-황병서 라인의 협상 과정에서 남북 경협과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이 거론됐는지는 불명확하다.
 김 실장은 “아직 거기까지는 안 나갔다”고 했다. 하지만, 합의문 1항의 당국 회담 조기 개최와 6항의 민간교류 활성화는 사실상 그 단초를 열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통일부는 남북 당국자 회담을 정례화, 체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신뢰를 쌓으면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함으로써 실질적인 관계 개선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남북 양측이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 당국자들의 인내와 진정성이 선결 요건이다. 남북관계는 잘 나가다가도 깨지고 깨졌다가 다시 살아나는 사이클을 반복해 왔다.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 같은 것이 남북 관계인 것이다. 여기에는 남측의 책임도 일부 있었지만, 대부분 북측의 도발, 변덕과 트집 때문이었다.
 북한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장거리 미사일 발사라는 전략적 도발을 꾀할 경우 남북 관계의 해빙은 다시 물거품이 되고 만다. 북한은 모처럼 맞은 관계 개선의 모멘텀을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우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당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