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배우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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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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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재·신구 등 중견 연기자 `극 주변인→중심인으로’ 시청자 호평
 
언제부턴가 이순재가 `야동순재’라 불리기 시작하더니 이번엔 드라마 속 신구의 죽음이 네티즌을 울렸다.
 어느 날에는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나문희 에피소드가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 상위에 뜨고 MBC 수목극 `고맙습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강부자의 재치 만점 어록이 인기를 누렸다.
 20대 주연 배우들의 부모나 회사 상사로 드라마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중견 배우들이 극의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 중견 배우에 대한 시청자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특히 청춘남녀의 사랑이 주된 줄거리인 미니시리즈에서 중견배우들은 `한때의 영광스런 나날’을 보내고 이제는 드라마의 주변을 받치는 조연으로 인식되기 쉬웠지만, 이제 중견배우들은 젊은 배우와 다름 없는 비중으로 친근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서고 있다.
 ◇시청자, 중견 배우 덕에 웃고 울다
 각자가 지닌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잔잔하게 그려 호평 속에 종영한 드라마 `고맙습니다’에서 유독 빛이 났던 인물은 치매 노인 미스타 리를 연기한 신구(71)였다.
 신구는 실감 나는 치매 노인 연기로도 눈길을 끌었지만 에이즈에 걸린 증손녀 봄이(서신애)를 비롯해 각자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주인공들이 마음으로 의지하는 기둥의 역할로 드라마의 중심을 단단히 받쳤다.
 극 중에서 미스타 리가 영신(공효진)과 봄이 모녀를 향한 마을 사람들의 미움과 석현 어머니(강부자)의 상처를 다독이고 세상을 떠나자 시청자들은 인터넷 홈페이지게시판에 100여 개 이상의 `추모글’을 올리며 미스타 리의 죽음을 슬퍼했다.
 젊은 주연 배우의 사랑 놀음을 따라가기 십상인 시청자 의견란이 드라마의 간판배우도 아닌 신구의 퇴장을 아쉬워하는 게시물로 뒤덮인 것은 이례적인 일. 드라마가 종영한 다음날 한 포털 사이트의 배우 검색 순위에도 신구의 이름이 2위까지 올랐다.
 신구와 같은 세대인 이순재(72) 역시 마찬가지다. 6개월이 넘도록 승승장구한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시청자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린 이름은 단연 이순재였다.
 변신이라고 불러도 좋을 파격적인 코믹 연기를 보여준 이순재는 이름 대신 `야동순재’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리며 원로배우라는 `윗자리’에서 시청자의 눈높이로 내려왔다.
 3월 종영한 MBC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 `하얀 거탑’에서도 주인공은 장준혁 과장을 연기한 김명민이었지만 시청자들은 김창완과 이정길처럼 극의 흐름을 팽팽히 당겼다 놓는 중견배우들에게 고른 관심을 보냈다.
 ◇극의 중심에서 모든 세대와 호흡하다
 신구와 이순재를 비롯해 나문희, 강부자, 이정길 등의 중견 연기자가 속속 극의 중심에 진입하는 현상은 일차적으로 안정된 연기력에 기인하지만 청춘남녀의 밀고 당기는 사랑 일색인 미니시리즈가 빛을 잃은 시점과도 맞아떨어진다.
 그 동안 중견 배우들은 일일극이나 사극, 주말극 등 호흡이 비교적 긴 드라마에서 묵직한 역할을 맡아 20~30대 젊은 연기자들과 극을 이끌어왔지만 미니시리즈에서는 주로 `감초’ 역할이나 주변 인물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가난한 여주인공이 재벌 2세를 만나 티격태격하다가 우연히 친부모까지 찾는’ 식의 뻔한 미니시리즈가 전문 드라마나 색다른 주제의 드라마에 자리를 내주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중견 연기자들이 극의 핵심적인 인물로 부상하는 사례가 속속 늘고 있다.
 특히 `거침없이 하이킥’과 같은 시트콤의 경우, 여러 등장인물이 돌아가며 에피소드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중견 연기자들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고루 비춰진다.
 이 같은 현상은 젊은 배우 위주의 극 전개로 멀어져 있던 중견 배우와 시청자 사이의 거리를 좁혀 결국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순재는 “`거침없이 하이킥’을 하면서 젊은 시청자들이 또래 연기자만 좋아하는 것이 아니란 것을 깨달았고 그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제 중견 배우들의 등장이 극의 질적 향상에 보탬이 된다는 평가가 시청자들로부터 나오기 시작하는 것 같아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에서는 영화나 TV에서 다루는 주제가 다양해 앤서니 홉킨스 같은 배우가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우리는 청춘남녀의 사랑에 주제가 너무 편향돼 있다”며 “드라마 속에서 제 몫을 다하는 중견 배우의 가치가 재인식되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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