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배기 꼬마 난민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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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살배기 꼬마 난민의 죽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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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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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바다에서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세 살배기 시리아 꼬마 난민의 사진 한 장이 세계를 울리고 있다.
 에이란 쿠르디는 2일 아침 터키 휴양지 보드룸의 해변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빨간색 티셔츠와 청색 반바지차림으로 해변의 모래에 얼굴을 묻은 에이란의 시신은 난민 문제로 주판알을 튕기고있던 유럽 국가들에 깊고 무거운 인도주의적 울림을 던졌다.
 쿠르드족인 그의 가족은 시리아 북부에서 이슬람국가(IS)를 피해 육로로 터키에 도착한 뒤 다시 그리스로가려고 소형보트에 몸을 실었는데 배가 뒤집힌 것이다. 두 살 터울의 형과 어머니도숨졌고, 아버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그의 가족은 올해 초 캐나다 정부에 난민 자격으로 이민 신청을 했지만 거부당했다고 한다.
 터키의 도안통신이 찍은 이 사진은 난민에 대한 각국 정부의 이기주의와 냉정함을 질타하는 동시에 난민의 참담한 삶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파도에 실려온 시리아 꼬마의 사진이 난민에 대한 유럽의 태도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체 무엇이 바뀌겠는가”라고 개탄했다.
 여론이 들끓자 유럽 각국도 난민 문제 해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 쿼터를 정해 의무적으로 난민을 분산 수용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국제사회의 주요 일원으로서 도덕적, 인도주의적 의무와 국내의 만만치 않은 비판론사이에서 외로운 줄타기를 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로서는 에이란으로부터 짧은 생의 마지막 선물을 받은 셈이다.
 난민 수용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영국의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영국은 도덕적인 나라이며 우리의 도덕적 책임들을 이행할것”이라고 말해 난민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예고했다.
 에이란의 죽음이 세계인의 도덕과 양심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됐지만 난민 정책은 어느 나라든 속 시원한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는 난제이다.

 더구나 유럽의 경우 난민 정책이 단순한 인도적 문제가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를 아우르는 국가 전체의 문제로 격상됐다. 입국하는 난민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럽으로 입국한 난민이 28만명이고 올 들어서는 지금까지 34만명이 넘었다.
 최근에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져 7월 한 달 동안 10만7500명의 난민이 입국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 유입 사태이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유럽 각국에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적 용기’를 촉구했지만 국가마다 상황이 제각각인데다 국내에서 난민 수용이 별로 인기있는 정책이 아니어서 말같이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럼에도 에이란 사진이 상징하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막으려면 난민 발생의 진앙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적으로 비교적 형편이 나은 유럽 국가들의 도덕적 의무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난민 문제의 ‘무풍지대’가 아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난민신청을 한 사람은 누계기준 2011년 1749명에서 지난해 4866명으로 3년 만에 2.8배로 급증했다.
 이 기간에 전 세계 난민이 40%나 늘어난 데다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진 영향으로 보인다. 2013년 제정한 난민법도 난민 신청이 증가한 요인이다.
 하지만 세계 13대 경제대국, 아시아의 인권 선진국을 자부하는 우리가 난민 문제에 대해 그만한 책임감과 관심이 있는지는 의문이다.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그리고 그들의 자녀가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로 학교에 가지 못했다는 보도는 난민에 대한 우리의 인식 수준과 배타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난민 정책은 우리 사회의 도덕성을 일깨우는 것은 물론 언젠가 통일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지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또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적 협조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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