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독 25주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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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25주년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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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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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용준 한동대 글로벌에디슨아카데미 교수
[경북도민일보] 지난 10월 3일은 한국에서 개천절로 공휴일이지만 독일에서는 이 날이 ‘통일기념일(Tag der Deutschen Einheit)’로 국경일이다. 올해는 독일이 통일된 지 사반세기인 25년이다.
 얼마 전 통일된 독일의 서쪽에서 동쪽 끝까지 여행하며 실제로 통일된 독일이 누리는 번영을 실감했다.
 독일이 이렇게 평화적으로 통일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공헌을 한 사람을 들라면 그 누구보다도 구 동독 라이프찌히에 있는 니콜라이 교회(Nikolaikirche) 담임목회자였던 ‘크리스치안 퓌러’가 아닐까.
 그는 1943년 라이프찌히의 한 목회자 가정에서 태어나 신학을 공부한 후 목회자가 되어 1980년에 니콜라이 교회 담임 목사로 부임하였다.
 1982년 9월 20일부터 ‘평화 기도회’를 매주 월요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은 개신교 청년들의 연합 사역으로 동독 정부와 냉전에 대한 일종의 저항 운동이었다.
 1987년에 그는 평화 대행진도 주관했으며 1988년 2월 19일에는 ‘동독에서의 삶과 체류 (Leben und Bleiben in der DDR)’에 대해 강연을 하였는데 많은 저항인사들이 참여하여 동독 호네커 정권에 대한 저항의 시발점이 되었다. 동시에 월요 평화기도회도 계속되었는데 그는 신약 성경의 산상 수훈을 본문으로 계속해서 평화에 관한 메시지를 전했다.
 1989년의 처음 몇 달 동안 동독 정권은 이 기도회를 점점 더 억압하면서 중단시키려고 도로를 차단하고 교회 주변의 수상한 사람들을 무작위로 체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월요 기도회에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해 10월 9일, 8000명의 동독 군인들과 경찰병력이 교회 앞에 집결하였고 기도회가 마칠 무렵 하나의 선언문이 낭독되었는데 모든 참가자들이 전혀 폭력을 사용하지 말고 평화를 지키자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시작된 시위에는 7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하였는데 너무나 평화롭게 진행되었다.
 모든 폭력 상황에 완벽하게 준비했던 군인과 경찰들은 이 평화적인 시위에 대해서는 완전히 무기력했다.
 ‘비폭력(Keine Gewalt)’을 외치며 시위하던 군중들은 11월 6일, 40만명으로 늘어났고 민주적 변화를 촉구하며 동독 전역으로 퍼진 이 혁명은 끝까지 평화롭게 진행되어 “우리가 주인이다(Wir sind das Volk).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다 (Wir sind ein Volk).”를 외치며 통일된 독일 지도를 들고 행진하던 군중들은 마침내 베를린 철의 장벽을 무너뜨리며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독일의 통일을 이루어낸 것이다.
 그 누구도 독일이 이렇게 통일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헌신했을 때 독일은 이 놀라운 축복을 받게 된 것이다.
 1989년 이후 퓌러 목사는 실직자들을 돕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에도 평화 기도회를 계속해서 주관하다가 2008년 3월 30일 마지막 예배 인도 후 은퇴하였다.

  2010년에 그는 ‘Und wir sind dabei gewesen: Die Revolution, die aus der Kirche kam (그리고 우리는 거기에 있었다: 교회에서 시작된 혁명)’이라는 자서전을 출판한 후 지난해 6월 30일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이 자서전은 지난 8월초 한글로 번역, 출판<사진>됐다.
 광복 및 분단 70주년을 맞이한 한반도에도 이러한 영적 리더가 나타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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