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제 조금 불편하게,느리게, 조금 덜 쓰고 살때가 온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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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제 조금 불편하게,느리게, 조금 덜 쓰고 살때가 온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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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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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제 조금 불편하게,느리게, 조금 덜 쓰고 살때가 온 것은 아닌가
金鎬壽/편집국장

 간간이 빗방울을 뿌리더니 안개가 뿌옇게 끼었다. 무논을 갈아엎고 논에 물을 대고 물댄 논에 산 그림자와 구름과 나무들이 길게 비추이고 저녁 나절이면 산개구리 울음소리가 요란스럽다. 들녘에 초록이 짙어가고 있다. 짙은 초록 들판에서 간혹 왜가리가 푸드덕 날아오르기도 한다.
 창밖으로 멀리 내다보니 올해도 산비탈 산골 논 곳곳이 모내기가 안된채 흙더미를 뒤집어 쓴채 있는 모습이다.
 웰빙붐을 타고 관광객들이 밀어닥친다고하니 산촌사람들이 돈 안되는 쌀농사를 집어치우고 토종닭 백숙집을 차릴려고 이른 봄부터 논을 메워 집터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요즘 범국민적이라고 할 만큼 가장 큰 관심거리는 아무래도 건강이 아닌가 싶다.
 친(親)환경적 농법으로 지은 농산물이, 웰빙 먹거리나 걷기운동이 유행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친환경’이나 `생태주의’라는 말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환경이 파괴되고 반(反)생태주의적인 삶이 돌이키기 어려운 지경으로 접어들면서부터일 것이다. `에코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도 아주 오래 사용해온 말처럼 이제 낯설지 않다.
 여성의 억압과 자연의 위기가 동일한 억압구조에서 비롯되었으며 비슷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이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가야 한다는 주장을 당시에는 매우 혁명적인 시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천성산 관통터널 공사 문제로 목숨을 내건 단식도 불사하지 않았던 지율스님은, 결국 자신이 가진 힘이라는 것은 `진실에 기초한 정당성’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나는 어떤 다른 주장보다 이 한마디가 주는 울림이 크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논리만이 아닌,진실에 기초한 정당성 앞에서 무릎이 꺾이듯 허물어지기를 바란다. 우리가 이제 오히려 조금 불편하게, 조금 느리게, 조금 덜 쓰고 살아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가.
 그리고 반문명적이고 반지성적인 해결책이 절실히 필요한 때는 먼 훗날이 아닌 바로 지금이라는 자각을 가졌으면 한다.
 예로부터 동양에서는 인간을 `소우주’라 불렀다. 우주에 있는 별의 숫자가 인간의 몸 세포의 숫자와 비슷해서 우주의 모든 별자리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한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인간의 몸속에 존재한다. 인간은 우주를 닮고 있는 존재인 것이다. 우주를 자기 속에 포괄하는, 그 자신이 자연이면서도 자연과 대립되는 존재인 인간.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누구나 동경한다. 하지만 오늘날 자연과 가까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경제적인 대가를 톡톡히 지불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휴일날 고속도로의 차량 행렬을 보라. 이제는 한가함속에서 자연과의 일체감을 느끼기보다는 바쁜 일정 속에 틈을 내어 `구경’을 하고 오는 일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산은 따뜻하고 들은 넓은데 구름은 가볍고 바람은 맑았다. 들판의 보리는 평평히 펼쳐져 있고 초록비단 같은 나무와 꽃들이 섞여 알록달록 아름다웠다.”.
 옛 선비가 쓴 글이다. 어떤 현란한 수사보다 가슴을 지그시 내리누른다. 마음이 얼마나 정(淨)한 가운데 있었으면 이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자연과 더불어, 자연이 무엇인지 생각할 일도 없이, 스스로 그러한 자연 그대로를 살다간 옛 사람들은 친환경이나 생태주의라는 말을 늘 입에 올리고 사는 우리들과 어떻게 다른 삶을 누리다 간 것일까.
 그들이 보았던 자연은 우리가 보는 산과 들과 나무와 강물과 새들과 또 어떻게 다르고 같은 것일까.
 자연의 조화와 사람의 마음이 한데 어울려 틈이 없는 경지를 감히 꿈꾸어 본다.  /ed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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