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홍보’ 치중 말고 본연의 직무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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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홍보’ 치중 말고 본연의 직무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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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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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초 택배 기사로 변장한 여경이 수배자의 집 초인종을 눌러 안심시킨 뒤 범인을 검거했다는 경찰 발표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찰의 영웅담 만들기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당시 해당 여경은 검거 현장 주변에 있지도 않았고, 범인은 집에서 다른 남자 경찰관 2명에 의해 연행된 것이 팩트였다고 한다.
 이 여경을 챙겨주려던 선배들의 잘못된 후배 사랑이 일으킨 소동이었다고 경찰은 해명했었다. 또 버스에서 몰래카메라를 찍는 필리핀 남성을 검거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던 경찰은 기자들이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자 급하게 자료를 회수했다고 한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놀던 이 남성을 시민들이 오해해 신고하자 체포하고는 급하게 성과 홍보 자료부터 돌렸다가 나중에 잘못된 것임을 알게 된 것이다. 경찰이 실적을 부풀리려고 검거 과정에서의 가짜 영웅담을 만들었다가 들통난 최근 사례들이다. 드러난 것 외에 무리한 홍보자료 배포나 실적 조작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미담이나 영웅 만들기에 혈안이 된 경찰의 풍토는 근본적으로 왜곡된 성과지표 항목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김동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3년간의 경찰 치안종합성과평가 자료를 보면 치안정책 홍보실적 평가 항목이 가장 높은 비중인 7%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엔 2%에 불과했던 이 항목이 올해 들어 갑자기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수사나 생활안전, 피해자 보호 등 민생과 밀접한 분야들은 5%에 불과했다. 이 평가는 경찰의 인사 평가에 중요한 근거자료가 된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찰이 사실 관계를 과장하거나 조작한 자료를 배포하는 무리수를 두게되는 것이다.
 아직도 많은 국민은 경찰이 부패하거나 무능하다고 생각한다. 범죄집단과 내통하고 상납까지 받는 영화의 장면들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는 국민도 많다. 힘없고 억울한 피해자들보다 돈 많고 힘 있는 자들의 편에 서 있는 것이 경찰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부지기수일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경찰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을 불식시키고 힘들게 일하는 경찰의 노고를 적극적으로 국민에게 알리자는 취지에서 경찰 수뇌부가 홍보 평가를 높게 책정한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억지로 만들어지거나 조작된 미담이나 영웅 만들기는 결국 들통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는 오히려 경찰의 위상과 명예를 더욱 추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의무감과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직무에 충실한 경찰조차도 미담의 주인공이나 영웅이 될 수는 없다. 이는 경찰의 당연한 의무이자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낯부끄럽게 자신의 조그만 실적을 떠벌리는 경찰관을 능력자로 인정해 주는 작금의 경찰 풍토라니. 잘못돼도 뭔가 크게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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