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이후 20번째 맞는 남북 이산가족 직접 상봉 행사가 20~26일까지 금강산에서 1·2차에 걸쳐 진행된다.
1차 상봉은 20~22일 2박3일간 북한에 거주하는 이산가족 96명이 만나기를 요청한 한국 측 가족 393명이 만날 예정이고, 이어 24~26일까지의 2차 상봉에서는 남측 이산가족 90명이 상봉을 요청한 북한 가족 188명이 만남을 갖게 된다. 이 가족들은 단체 상봉 2차례, 개별 상봉 1차례, 작별 상봉과 공동 오·만찬 행사 등 6차례에 걸쳐 모두 12시간을 만나게 된다. 수십년을 기다려 겨우 12시간일 뿐이지만 그마저도 감지덕지다. 663대 1이라는 하늘의별 따기와 같은 경쟁을 뚫고 이 기회를 잡게 된 것이니 말이다.
우리 측 상봉단 가운데는 37년간 제사 지낸 북한의 남편을 만나고,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를 만나고, 65년 전 헤어질 때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약속한 딸을 만나는 가슴 저리고 아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어느 이산가족인들 이런 눈물나는 사연 한 두가지씩 갖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랴. 그러나 이들이 평생을 소원하고 꿈에도 그리는 상봉 행사는 장마철 날씨만큼 변덕이 심한 한반도 정세 변화의 덫에 걸려 매번 차질을 빚어왔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은 현 정부 들어 두 번째고, 지난해 2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최근 7~8년 동안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단 세 차례(이번을 포함하면 네 차례)만 열렸을 뿐이다. 이렇게 가물에 콩 나듯 하는 상봉 행사는 이산가족들의 아픔만 배가시킬 뿐이다. 누차 지적했듯이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등록된 생존 이산가족은 6만6000여명으로 이들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가 80%에 이른다고 한다.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매년 수천명이 세상을 뜨고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산가족 상봉이 19차례 이뤄졌지만, 만난 사람들은 1950여명에 불과하다. 신청자 13만명의 1.5%밖에 상봉이 이뤄지지 못했으니 ‘복권에 당첨될 확률’이라는 이상철 일천만이산가족위원장의 말이 실감이 간다.
보고싶은 가족을 지척에 두고도 60여년을 서로 만나지 못한 채 가슴에 응어리를 안고 세상을 뜨는 이산가족들의 아픔을 남북 당국은 더는 외면해선 안 된다. 아무리 이념적 갈등과 반목이 심하고 한반도 정세가 불투명하다 하더라도 이산가족 문제만큼은 인도적 견지에서 반드시 근본적 해결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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