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마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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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는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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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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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제국 말기 1896년 경인철도부설권을 따낸 미국인 모스로부터 권리를 사들인 일제가 1899년에 완공한 노량진과 제물포간 33.2km의 철도가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다. 그때 처음으로 선보인 기차가 모걸(Mogull)형 증기기관차다. 연방 집어넣는 갈탄(褐炭) 화력을 동력으로 칙칙폭폭 고갯길을 힘겹게 오르던 증기기관차는 40대 이후 장년에게는 아련한 추억이다.
증기기관차는 1967년 8월 31일까지 줄곧 운행되다가 이 날을 끝으로 본선(本線)에서 완전 퇴출되었다. 디젤기관차에 그 역할을 넘긴 것이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나이가 어려도 증기기관차의 상을 대부분 기억하고 있다. `철마는 달리고 싶다’는 문구로 유명한, 휴전선 부근 경의선 월정리역(지금의 신탄리역) 풀섶에 나뒹굴어 있는 증기기관차 사진 때문이다. 전장에서 스러져간 어느 무명용사의 형해처럼 비극의 증언과도 같은 그 한 컷의 `기차불통’ 사진 말이다.
반세기도 넘게 `달리고 싶다’며 국민들의 눈길을 끌어온 사진 속의 바로 그 철마는 아니지만, 철마는 마침내 달렸다. 어제 경의선과 동해선 두 노선의 일부 구간을 휴전선을 넘어 오가는 남북간 열차 시험운행이 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실현된 것이다. 일회성 이벤트가 되고 말 것인지, 남북간 철로길이 완전히 이어지는 화해의 시발이 될지 모르지만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그토록 달리고 싶어한 철마가 남에서 북으로, 북에서 남으로 힘찬 기적소리를 내며 달렸으니 이제 내친 김에 통일의 길도 뚫려야할 차례다. 증기기관차가 70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퇴출되면서도 그 흔적을 휴전선 앞에 멈춰두고 이쪽 저쪽으로 오가기를 간구(懇求)한 끝에 마침내 원이 풀렸듯 7천만 민족이 그토록 염원하는 통일도 어서 이뤄졌으면 좋겠다.

정재모/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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