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상화 ‘노조 동의’만으로는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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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정상화 ‘노조 동의’만으로는 불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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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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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26일 밤 채권단이 회사 정상화 지원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한 임금동결과 무파업을 받아들이는 동의서를 제출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이 회사에 대한 금융지원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출혈 수주 등의 여파로 입은 막대한 손실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가 지난 7월 29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3조318억원의 적자를 냈다고 밝혀 시장에 엄청난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끝이 아니어서 올 한해 총 적자규모가 5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인 경우 이 정도 규모의 적자를 낸 기업이라면 생존이 어려웠겠지만 대우조선의 도산은 국가경제에 연쇄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채권단은 정상화 지원 방안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유상증자와 출자전환, 신규 자금지원 등을 묶어 모두 4조원이 넘는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가 회사의 자구노력에 대한 노조의 동의가 없이는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 계획을 전면 보류한 채 노조의 동의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다. 대우조선 노조는 채권단이 제시한 시한을 불과 2시간 가량 남기고 내놓은 현시환 위원장 명의의 발표문을 통해 “노사 확약서 제출과 관련해 노조 간부 동지들의의견, 조합원 동지들의 의견, 대내외적인 조건 등 여러 상황을 검토하고 심사숙고해상집(상임집행부) 회의를 통해 채권단에 동의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노조가 동의서를 제출함으로써 눈앞에 닥친 대우조선의 ‘침몰’을 막고 한국이 세계 정상을 유지하는 몇 안 되는 업종 가운데 하나인 조선업의 기반이 토대부터 무너지는 사태를 일단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자구 계획에 대한 노조의 동의는 대우조선 정상화의 필요조건은 될지언정 충분한 조건은 아니다. 4조원이라면 젖먹이부터 팔순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전국민이 1인당 8만원 정도를 내놓아야 마련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결국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이 돈을 사기업에 지원하려면 그만한 명분과 논리가 있어야 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우선 대우조선이 이와 같은 부실덩어리로 전락하게 된 과정과 책임질 사람이 누구인지가 명명백백하게 규명돼야 한다. 대우조선이 ‘주인없는 회사’의 도덕적 해이의 상징으로 운위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회사가 망해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경영진은 한편으로는 부실을 은폐하면서 손실 가능성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수주한 사업을 실적으로 치장해 엄청난 급여는 물론 상여금과 성과급까지 챙겼다.
 충격적인 3분기 적자의 주원인인 해양플랜트 손실과 관련해 부실 회계 의혹을 받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이 지난해 받은 보수가 모두 8억8900만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치권과 관료 사회도 이 회사의 부실을 감시하고 견제하기보다는 ‘낙하산’을 내려보내기에 바빴다. 사실상 회사의 주인 역할을 해야 하는 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들과 금융당국도 대우조선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노조는 노조대로 어려운 기업형편을 살피기보다는 잇속 챙기기에 골몰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대우조선 부실 책임 규명과 함께 더욱 근본적인 접근도 필요하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4조원 이상의 금융지원 패키지로 대우조선이 정상화돼 다시금 세계 초일류의 조선업체로 재탄생할 수 있을 지에 관해서는 의문점이 있다. 주지하다시피 세계 조선업의 주류는 일본에서 한국을 거쳐 중국으로 옮겨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설비가 과잉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이 업종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한다. 이런 근본적인 성찰 없이 당장 무너지는 기업을 살려놓는데 급급하다 보면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되기 십상이다. 차제에 대출과 보증으로 연명하는 속칭 ‘좀비기업’의 구조조정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할 수 없는 이런 부실기업이 30대 그룹 가운데서도 5곳 중 한 곳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채권은행과 금융당국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회생이 가능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가려내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정리할 것은 정리해야 한다. 마냥 시간을 끈다고 고름이 살이 되지는 않는다. 이 모든 과정은 투명하게, 그리고 논리적이고 일관성 있게 진행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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