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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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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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일 마하보디명상심리대학원 주임교수
[경북도민일보] 역사교과서 논쟁이 한창이다. 한번은 정리할 필요가 있는 사안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의 내용이 친일과 독재를 미화해서도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부정적이고 패배적으로 기술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역사적 사실은 사실로 알아야하고 그 속에서 계승할 것은 계승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하는 것이 역사교육의 바른 방향이다.
 역사는 흘러간 이야기들이다. 우리들 앞에는 흘러간 이야기가 객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책이라는 기록물을 통해 나타나게 된다. 역사와 역사책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역사 그 자체는 객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책으로 기록된 것은 상당부분 주관적인 내용과 평가가 담기게 된다. 기록자에 의해 굴절되는 것이다. 역사에 있어서 굴절의 문제는 역사학의 근원적인 과제가 된다.
 20세기 최고의 문예 비평가이며 역사학자로 꼽히는 영국의 ‘에드워드 핼렛 카’ 교수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굴절의 문제를 깊이 다루고 있다. 그는 책 서문에 이런 글을 인용하고 있다. ‘십 중 팔구는 조작된 것일 텐데 그게 어쩌면 이렇게도 따분한지’ 역사는 굴절을 넘어 조작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독도 영유권 문제나 위안부 왜곡문제는 이미 굴절의 단계를 지나 조작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중국의 동북공정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문제이다. 역사는 언제든지 굴절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역사논쟁이 그리 놀랄 만한 일은 아니다. 문제는 굴절의 방향이다.
 한국은 지구상의 어느 나라보다도 역동적인 사건을 많이 겪은 나라이다. 6·25동란을 전후해서는 부모 형제간에도 이념을 경계로 서로 등을 돌린 뼈아픈 과거를 지니고 있다. 민주화 과정을 거치고 권력의 교체를 경험하면서는 좌우 그리고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더욱 처절하게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갈등을 무마하고 상처를 치유해야 할 책임을 지닌 정치권이 오히려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는 느낌도 든다. 대립이 극복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되고 있기 때문에 역사논쟁도 더욱 불꽃을 튀기게 되는 것이다.
 이 땅의 역사는 누가 역사책을 쓰느냐에 따라 굴절의 방향이 확연하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우선은 이해해야 한다. 좌익과 진보의 세력이 쓰면 그 쪽으로 굴절하게 되고 우익과 보수의 세력이 쓰면 그 쪽으로 굴절하게 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기록자들에 의해 굴절의 문제가 극복되기를 바라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뿐이다. 달리 말하면 역사기록에 있어서 기록자의 가치관, 인생관, 역사관, 세계관 그리고 개인적인 이해관계는 항상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저술의 하나로 꼽히는 사마천의 ‘사기’는 연대순으로 기록하던 종래의 역사기록 방식을 중요인물 중심으로 바꾼 획기적인 역사서이다. 사마천의 아버지도 역사를 기록하는 직업을 가졌는데 그 당시에 사관(史官)은 세습직이었다. 따라서 사마천은 역사 기록의 엄중함을 어려서부터 피부로 느끼며 자랐을 것이다. 그런 사마천도 자신에게 억울하게 궁형을 내린 한나라 무제에 대해서는 좋게 기록하지 않았다. 사적인 이해관계가 작용했다는 뜻이 된다.
 사마천이 충신을 구하기 위해 올린 상소가 간신들의 모함에 의해 무제의 미움을 사게 되고, 그래서 48세의 한창 나이에 생식기의 뿌리까지 절단당하는 치욕적이고 혹독한 궁형을 당하게 된다. 남근이 잘린 처량한 몰골로 구석방에 칩거하면서 먹을 갈고 붓털을 심으며 죽편에 130권 분량의 역사책을 쓴다. 그것이 불후의 명저 ‘사기’이다. 사마천의 무제에 대한 기록이 부당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럴 개연성은 충분히 있다.
 이 땅에는 민주화 과정에서 심한 상처를 받고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 최빈국의 처지에서 경제발전의 기적을 이룬 주역들도 함께 존재한다. 학생들이 배우는 역사책에는 그들의 공적과 과오가 균형있게 기록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이다. 민주화 과정의 상처와 경제성장 과정의 피나는 노력이 동시에 기록되어 미래세대에게 좋은 교훈과 자긍심을 동시에 심어주는 것이 역사교육의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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