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유승민, 정두언. 한 사람은 ‘원조 친박(親朴)’이고 다른 한 사람은 ‘원조 친이(親李)’ 출신이다. 두 사람은 서울대 상대 76학번 동기다. 정치 입문 시기도 같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시절인 17대 국회에 나란히 입성했다.
유 의원과 정 의원은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이명박 후보 최측근으로 길을 달리했다. 그 과정에서 후보를 대신해 경선 룰, 검증, 공약 등 사안마다 대립했다. 두 후보의 전략을 책임진 위치에서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벌인 사이다. 두 사람은 주군(主君)으로 모셨던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전력도 비슷하다.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격노케 한 국회법개정안의 책임자로, 정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형 이상득 전 의원 불출마 요구로 완전히 갈라섰다.
그랬던 두 사람이 최근 의기투합하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의 진노(震怒)로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 과정에서 정 의원이 유 의원을 적극 지지하면서 단짝이 됐다. 정 의원은 지난 6월 유 의원 사퇴 압박이 거세지자 “누군가 나서서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반대 기치를 내걸고 움직여야 당이 바로 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최근에도 배짱이 맞는 것 같다. 특히 청와대를 향한 비판에서 그렇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 ‘한국형 전투기(KF-X)’ 사업 같은 주요 현안에서 청와대와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달 30일 국회 국방위에서 미국으로부터 핵심 기술이전을 거부당한 KF-X 사업과 관련,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ADD), 공군 등 막대한 예산을 쓰는 사람들이 대통령까지 속여가면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이 예산안을 오늘 그냥 통과시키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도 “미국이나 유럽도 시제기(試製機) 만든 뒤 실전 배치까지 10년 이상 걸렸는데 우리는 시제기 만든 뒤 4년 만에 실전 배치한다는 계획이 말이 되느냐”고 정부 측을 몰아세웠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정두언·유승민 의원님 말씀이 맞다”고 했을 정도다. KF-X 사업은 박 대통령이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사업이 적기에 성공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라”고 독려한 사안이다. 두 의원이 아예 ‘독자노선’을 걷겠다고 작심한 듯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정치 기반과 환경이 다르다. 서울 출신인 정 의원은 박 대통령 비판에 자유로울 수 있다. 반면 유 의원은 지역구가 대구다. 유 의원이 청와대를 비판할 경우 박 대통령의 기반인 대구에서 역풍(逆風)이 불지 모른다. 대구는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마음의 고향’이다.
조선일보가 최근 대구 분위기를 전했다. ‘공천 여부도 불투명하지만 공천을 받는다 해도 수성(守城)에 성공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들린다는 것이다. 리얼미터가 10월 11~14일까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 의원과 이재만 전 동구청장간 가상대결에서 유승민-43.9%, 이재만-39.9%로 나타났다. 4%, 오차범위 이내다. 전직 여당 원내대표와 출마 선언도 안한 전직 구청장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왔다.
또 한 50대 택시기사의 말을 전했다. “유승민 의원한테 안타까운 마음도 있지만 유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는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께서 말이 없으셔서 의사소통이 잘 되는 것 아닌가 우려는 되지만, 그래도 유 의원이 그러면 안 되지요” 또 다른 50대 자영업자 B씨는 “이미 대구 시민한테 찍힌 겁니다. 유 의원 스스로도 늪에 빠졌다고 느끼는 거 아닙니까? ‘대구 초선 의원들 공천에서 불이익 받으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하질 않나, 교과서 관련해서 정부 입장에 반대 소리를 내지 않나, 불안하다는 증거 아니겠어요? 나라와 대통령을 생각하면 그런 발언하지 말고 그냥 백의종군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지지는 못하겠습니다” 60대 자영업자 C씨는 “대통령과 유승민 중 한 편을 택하라면 대통령이지요. 유 의원은 중앙정치에서 부각되는 길을 택했는지 모르지만 자기 지역정치에서는 한계에 내몰리는 모습입니다” 유 의원의 장래를 잘 지켜보자.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강단있고 원칙주의 인 인재 지역구도로 매도 하지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