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회장, 포스코 위기 ‘혁신 포스코 2.0’으로 극복하라
  • 김호수
권오준 회장, 포스코 위기 ‘혁신 포스코 2.0’으로 극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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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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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호수 편집국장
[경북도민일보 = 김호수] 지난 9월 포스코로서는 반갑지 않은 소리가 러시아로부터 들려왔다. 러시아가 포스코 대신 남·북·러 경제협력 사업의 다른 파트너를 물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북·러 철도 사업을 관장하는 러시아 고위급이 더 이상 포스코와 사업을 진행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해 자금력있는 한국 중견기업을 직접 접촉해 협력 제안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영 부진에 검찰로부터 비리 수사까지 받고 있던 포스코에 대한 일종의 불신이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에서 시장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는 적자를 냈다. 포스코는 지난 9월 기업설명회(IR)를 열고,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3조9960억원, 영업이익 6520억원, 순손실 658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실적발표 이전 포스코의 3분기 순손실 규모가 1000억원 내외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연초 포스코가 발표했던 ‘올해 2조원대의 순이익’ 예상은 실현가능성이 희박해졌다.
 포스코의 굴욕(屈辱)은 장장 8개월에 걸친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로 정점을 찍었다. 검찰 수사가 청와대 하명(下命)에 의한 ‘표적수사’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정준양-정동화 전 회장-부회장이 동시에 기소됨으로써 ‘국민기업’ 포스코는 국민 앞에 고개를 들기 어렵게 됐다. 그 불명예를 청산할 사명이 권오준 회장에 주어졌다.
 포스코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권력’과 ‘실세’라는 블랙홀에 빠져 허우적거린 모습이 너무나 적나라하다. 시작은 권력 실세의 ‘인사개입’이다.
 검찰은 이명박 전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 보좌관 출신인 박영준 전 차관이 2008년 임기를 1년 남겨둔 이구택 당시 포스코 회장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후임으로 정준양 전 회장을 지지하라는 압력을 넣었다고 밝혔다. 이 압력을 통해 정준양 회장을 앉히는 데 성공한 구 실세들의 간섭과 탐욕이 포스코를 수렁에 몰아넣고 만 것이다. 그 중심에 포스코를 좌지우지한 이상득 전 의원이 있다.
 이 전 의원은 포스코가 2008년 6월부터 1조4000억원을 투입해 세우기로 한 신제강공장에 대해 군이 “고도제한을 침해한다”며 이의를 제기하자 이 문제 해결에 발 벗고 나섰다. 공사는 공정률이 93%를 보이던 때라 공사가 중단되면 1조원대의 투자비가 날아갈 판이었다. 공사 중단 사태는 17개월간 이어졌고, 매월 600억원 정도의 손실이 발생했다.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통했던 이 전 의원은 이 문제를 해결했고, 그는 포항 시민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웬걸? 검찰조사 결과 그는 포스코에 ‘반대급부’를 요구했고, 포스코는 이 전 의원 측근들이 세운 협력사에 일감을 몰아줬으며, 이 전 의원은 이 대가로 3개 업체로부터 26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것이다. 이러고도 포스코가 온전하길 바랐다면 그게 비정상이다. 이 전 의원은 ‘고령’이라는 이유로 구속을 면했다.
 정준양 전 회장과 정동화 전 부회장이 기소된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과 배임수죄다. 정 전 회장은 이상득 전 의원 등 정권 실세들의 부당거래 요구에 응했고 부실기업을 인수해 포스코에게 손해를 입히고 근로자들에게 피해를 입힌 혐의다.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인수로 6000억원의 자금을 사실상 날린 게 대표적이다. 정동화 전 부회장 역시 정권실세와 연계해 임직원과 하도급업체에 전횡을 일삼은 혐의다. 정준양-정동화 외에도 전현직 임원 17명, 협력업체 임원 13명 등 총 32명이 무더기로 기소했다. 만신창이다.
 포스코는 11일 “국민들에게 사죄하며 신뢰회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주주와 이해관계자, 국민들에게 대단히 죄송하다”며 “수사결과를 겸허히 수렴하고 회사시스템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일신하겠다”고 약속했다. 비상경영쇄신위가 마련한 ‘혁신 포스코 2.0 추진계획’을 통해 회사경쟁력을 제고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권오준 회장에게 떠넘겨진 짐이 너무 크고 많다. 그러나 권 회장은 철강전문가다. 포스코가 전임 정권이 남긴 질곡(桎梏)에서 벗어나는 길은 40여년 전 선열과 국민 앞에 다짐한 ‘제철보국’(製鐵報國)의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권오준의 ‘혁신 포스코 2.0’이라면 능히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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