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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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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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헌 삼우애드컴 대표
[경북도민일보] 우리 민속놀이 중 이것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도 즐겨 한다. 이 놀이의 방법은 대체로 다음의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람을 두 패로 나누고 한 쪽에서 몰래 숨긴 어떤 물건을 상대편이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물건을 감추는 범위를 미리 정해두며, 이를 찾아내면 이기는 것으로 상대편에게 벌을 주고 못 찾으면 차례가 바뀐다.
 둘째는, 상품의 이름이 적힌 종이쪽을 찾아내는 이에게 그 상품을 주는 방법이다. 이것은 소풍이나 야유회에서 흔히 하며, 주최자 측에서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도록 미리 쪽지를 숨겨둔다.
 우리가 아는 방식은 흔히 후자를 택한다. 상품이 걸려 있으므로 사람들은 놀이에 열심히 참가한다. 이 방법으로 할 때에는 찾는 시간을 미리 정하는 것이 보통이다.
 얼마 전 가을 산행을 가서도 이 방법으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나는 보물찾기의 행운이 좀처럼 찾아오지 않아 행운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즈음에는 비로소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던, 보물이 비로소 어렴풋이 보이기 시작했다. 보물은 멀리 있는 것도, 대단한 것도, 내게서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나는 네잎클로버를 따기 위해 수많은 세잎 클로버를 짓밟곤 했었다.
 그런데 세잎 클로버의 꽃말 보니 바로 ‘행복’이란다. 지금까지 수많은 ‘행복’속에서 ‘행운’만을 찾아 떠도는 삶을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팍팍한 삶 가운데서 희망을 찾아 살아왔다. 그 희망이 나를 지금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살아있음이 곧 희망이라는 사실을 안다.
 요즘 인터넷과 스마트 폰을 통해 만추의 단풍과 낙엽들을 보내 주신들이 많다. 조금만 눈길을 돌려도 주위의 곳곳에서 가을의 숨겨진 보물들을 발견하곤 한다. 가을 단풍에 관한 시를 검색해 보면, 어김없이 쏟아져 나오는 보물을 발견할 수 있다.
 “살면서 문득 그 단풍나무를 떠올린다. 저 혼자 붉은 단풍나무처럼 누구라도 마지막엔 외롭게 견뎌내야 한다. 나는 모든 이들이 저마다 이 숲의 단풍나무라 생각했다. 그대 바로 지금, 느닷없이 고통의 전면에 나서고 이윽고 여울 빠른 물살에 실린 붉은 잎사귀, 군중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누구라도 상처 하나쯤은 꼭 지니고 가기 마련이다.”(이면우의 ‘그 젖은 단풍나무’ 중)
 장철문의 ‘늦단풍’이라는 시는 다음과 같다.
 “서른 두 가마니 참숯을 들이부었다/ 뻥 뚫린 풍구와/ 대장장이의 얼굴이 서쪽으로부터 발그레하다”
 박가월 시인은 단풍을 이렇게 표현한다.
 “너의 죽음이/ 국민장이 되는구나/ 기껏 여름 몇 푼의 그늘/ 업적은 미비한데/ 화려한 장례식에/ 명산은 문상하느라/ 온 나라가 북새통이다”
 문학 동인들과 함께 떠난 그 해 가을 내소사에 갔다. 아래 시는 그날 내가 찾은 보물이다.
 “내소사 오솔길이 일주문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쭉쭉 뻗은 전나무 직립은 천왕문까지 이르렀는데/마음먼지 한 점, 털어버리지 못한 전나무 숲길에서/여태껏 보물다운 보물 한 장 찾아본 적 없는 나는, /칠천만년을 쌓아온 채석강 수 만권 책갈피 속에/아기단풍의 손바닥 한 장, 슬쩍 숨겨놓고 왔네”
 며칠째 내린 비로 단풍이 진다. 젖은 어린아이 손바닥 같은 단풍이 그 누구의 상처와도 같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보카치오의 ‘데카메론’ 갈피 속에 슬쩍 숨겨 놓는다.
 어느 가을 날 이 갈피를 열며 이 가을을 펼쳐 볼 보물 같은 시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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