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난 고3 교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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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3 교실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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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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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학사일정으로는 고3들도 겨울방학을 하기 전까지 학교에 출석을 해야 한다. 교사들은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서 시간 죽이기(?)에 여념없는 고3들의 생활지도나 수업 진행과 관련해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러다보니 많은 고3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시청각 교육(?)을 받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그 시청각 자료들이 엄선되지 않은 채 학생들에게 주어질 가능성이 많다는 사실이다. p2p 서비스로 영화를 구해 보는 일은 어려워졌기 때문에 좋은 영화를 ‘구해서’ 보는 것이 아니라 ‘구해지는’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간혹은 ‘의도적 계산’에 의해 제공되는 영화도 있기는 있을 테다.
 평범한 대형마트 직원 가정의 이야기. 아이들을 키우며 할인마트에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화목하게 하하 호호 살아가는 동네 아줌마 이야기. 서서히 영화는 2년 아르바이트를 계속하면 정규직으로 채용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그 비정규직 직원들을 잘라내는 이야기로 급선회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등과 투쟁. 아주 야비하게 ‘우리들의’ 동네 아줌마를 무자비하게 자르고 구타까지 서슴지 않는 사측과 행동대원들이 등장한다. 잘 알려진 영화 ‘카트’의 한 대목이다. 아이들은 눈망울을 고정시키고 영화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런 류의 영화는 속속 이어지고 있고, 회사와 노동자의 대결구도로 점철된 이야기들이 고3의 ‘시청각 교실’에 밀려들어오는 시즌이다.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있노라면 거대한 공룡같은 기업 앞에 힘도 없이 나약한 한 개인의 처절함 탓에 절망을 넘어 분노에 이르게 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다큐멘터리 영화 ‘탐욕의 제국’도 있다. 영문제목이 ‘The Empire of Shame’이다. ‘수치스러운 제국’이다. 인간의 가치를 값없이 알며 온갖 산업재해로 내몬 기업은 덩치만 컸지 아주 수치스러운, 기업들의 민낯이라고 공언하는 듯하다. 또 요즘 들어 TV 종편에도 이런 드라마가 방영 중인데, ‘송곳’이라는 드라마에는 ‘평범’하거나 미미한 ‘약자’들이 등장하고 당연한 권리를 주장했다는 것만으로 밟히고 무너져야 하는 상황이 묘사돼, 보통 사람의 가슴에 울분을 불러일으키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심지어 전의를 느끼게 하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 영화의 묘사가 거짓이라는 게 아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 나타난 사실들 역시 우리 사회의 전부가 아닌 한 ‘단면’임을 말해주지 않는다. 과거 전태일을 분신으로 몰고 갔던 현장과는 다르게 변모하고 진화하고 있음도 이야기해 주어야 함에도 그 사실에 침묵한다. 과거 ‘공순이와 공돌이’들이 모여 있던 그 구로공단보다 지금의 노동 현장은 나아지고 있음을, 그리고 앞으로는 더 나아질 것임을 말해주어야 하는 것이다. 저렇게 치열한 노동투쟁 이면에는 노사 갈등보다 더 심각한 ‘노조와 노동자’, 즉 노조갈등이 똬리를 틀고 있음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다.
 노동현장은 꾸준히 개선되었으며 진화하고 있고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나아가 더 많은 기업들이 생기고 커짐으로써 더 좋은 일자리는 만들어질 것이다. 그래야 노동자들의 삶의 질도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줄 수 있다. 이 땅의 대기업은 산업재해만 유발하는 악당이며 무책임하다는 고정관념만을 되뇌어서 이 세상이 온통 흑빛 어둠으로만 이뤄져 있다고 자조하지 않도록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교실에서 자율성을 배워야 하며 근면성과 열등감과 정체성을 배워야한다. 사회를 제대로 배우고 익히기도 전에 가슴만 달궈진다면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을 가슴에 달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는 철부지만 양산할 뿐인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을 거리로 내몬 것은 다 우리 교사 탓이다. 우리 아이들이 ‘카트와 송곳, 또 하나의 약속’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 질 때 우리 교사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가. 교사라면 너나없이 뼈저리게 반성하고 반성문을 써야한다. 기업이 인류 최대의 발명품 중 하나며, 이 기업에게는 모든 세상 이치가 그렇듯 빛과 그림자가 있고 우리는 다 함께 노력해 그 어둠의 영역을 좁히고 그 음영의 차이를 좁혀 나가야 한다고 가르치는 것이 맞지 않을까. (cf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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