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최고 어록 “이봐, 해봤어?”
  • 김용언
기업인 최고 어록 “이봐, 해봤어?”
  • 김용언
  • 승인 2015.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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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조간신문에 기막힌 내용이 실렸다. 외국 금융회사에 다니는 연봉 2억5000만원짜리 인생에 와이프도 그만큼 버는 녀석이 건배사를 자청하더니 “흙수저”를 외치고 폭탄주를 한 번에 털어 넣었다는 것이다. 이건 나무랄 단계도 지났다. 아예 정신병원으로 보내야 한다.
 젊은이들이 “흙수저”를 외치는 것은 일종의 체념과 자조(自嘲)다. 남들만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그래서 배경도 부실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젊은이는 그런 집에서 태어났다. 배경 든든하고 돈도 많은 집에서 태어난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흙수저’ 타령의 진짜 문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희망이 없다는 건 지옥이다. ‘흙수저’를 외치는 젊은이들의 장래가 축축하다.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청년들에게 ‘월 50만원’씩 주겠다고 하자 청년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취업준비를 돕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50만원 씩을 받다가 취업이 안 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흙수저들의 참담한 좌절보다 배신감이 더 무섭다. 흙수저를 아예 ‘흙’으로 만들겠다는 발상 아닐까?

 현대그룹을 일으킨 사업가 정주영 회장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행사가 벌어졌다. 부하 직원들이 정 회장의 다소 무리한 지시에 “어렵습니다”고 꽁무니를 빼면 “이봐. 해봤어?”라고 나무란 일화가 전설처럼 들린다. “이봐. 해봤어?”라는 정 회장의 호통은 10대그룹 전현직 홍보책임자들이 모인 CCO클럽(Chief Communication Officer)이 지난 9월 전경련 회원 및 독자 278명으로부터 “기업가정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기업인 어록”으로 꼽혔다. 해보지도 않고 커피숍에서 스마트폰을 쥐고 온갖 괴담을 실어 나르며 “흙수저”를 외치는 젊은이들이 꼭 새겨 들어야 할 얘기다. “젊은 자네들. 해보기는 해봤나?”
 박정웅 메이텍 대표. 그는 정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맡던 시절인 1974~1988년 전경련 국제담당 상무 등을 지내며 가까이서 그를 보필한 인물이다. 그는 젊은이들의 ‘흙수저’ ‘헬조선’ 타령에 “헬조선이요? 한국엔 희망도 없고 내일도 없고 사방이 꽉꽉 막혔다고요? 정주영 회장님이 들으셨다면 당장 호통을 치셨을 겁니다”라며 혀를 찼다. “제가 43년생으로 60년대 초에 고등학교를 다녔는데 그땐 진짜 참혹했습니다. 월사금 못 내면 시험 앞두고 학교에서 쫓겨났는데 남아있는 애들이 3분의 1도 안됐죠. 그래도 좌절 않고 집에 가면서 친구들끼리 낄낄댈 정도로 꿋꿋했죠.” 그 세대가 배고픔을 견디며 희망과 용기를 갖고 일해서 60~70년대 경제개발의 주역이 됐다는 얘기다.
 “정주영 회장님은 어땠겠습니까? 그분이 17살 때는 우리보다 더 비참했습니다. 부두에서 등짐 지고 쌀 배달하는 게 직업이었는데 그런 가운데서 기업을 일으키고 대한민국 경제를 일으키는 획기적인 일을 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젊은이들 환경은 얼마나 좋습니까? 우리 젊은이들은 헬조선 타령만 할 게 아니라 정주영 회장님의 정신을 배워 용기를 갖고 힘을 내야 합니다.” 정주영 회장의 최종 학력은 소학교 졸업이다. 그는 학교에서 집에 돌아와서는 밤늦게까지 밭일을 해야 했지만 성적은 언제나 상위권이었다. 정 회장은 후일 “밭일이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오히려 휴식시간이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대학같지 않은 대학에 다니며, 실력도 없으면서 삼성이나 현대차 입사를 꿈꾸고, 그 꿈이 실현되지 않았다고 ‘흙수저’ ‘헬조선’ 타령하는 어처구니들은  상상도 못할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우리 젊은이들이 기회의 땅 중동에 많이 진출했으면 좋겠다”고 하자 일부 철부지들은 인터넷에 “중동? 너나 가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정 회장은 당시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낮에는 덥지만 밤에는 춥지 않으냐. 낮에 에어컨 틀어놓고 자고 밤에 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또 모든 건설사업에는 자갈과 모래가 많이 사용되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중동은 사방에 자갈과 모래가 널려 있으니 공짜로 얻을 수 있다며 중동 진출을 독려했다. 그 결과는 ‘대박’이다. 일할 생각도 않고 “흙수저” 타령이나 하며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철부지들은 “자네. 해봤어?”라는 정주영 회장의 호통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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