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영어공부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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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어 시작하는 영어공부는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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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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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목 대가대 번역학전공 교수
[경북도민일보] 15여년 전, 다른 대학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필자의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 호주로 어학연수를 간다고 하였다. 1여년이 지난 후 학교로 돌아온 이 학생은 유창한 서울 말씨로 “교수님,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였다. 필자는 물었다. “넌 호주가기 전에는 서울말을 안 썼잖아” 라고 하니 이 학생의 말이 걸작이다. 계속 서울 말씨로 “교수님, 있잖아요, 호주에 어학연수를 가니 한반에 대부분이 한국학생이구요, 한국학생들 대부분이 서울, 경기 지역에서 온 학생들이라서요, 수업 끝나면 한국식당에서 밥먹고, 한국 당구장에서 한국친구와 당구치고 비디오 가게에서 한국 비디오테이프를 보니 서울말만 늘어서 왔어요”라고 한다.
 “영어실력은 좀 늘었니?” 라는 필자의 질문에, “음, 별로 늘지 않았어요.” 라고 한다. 남한 인구의 절반이상이 서울, 경기지역에 살고 어학연수도 많이 갈테니 당연히 주변 친구들을 따라 서울말을 배워온 것이 엉뚱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필자가 보건데 당시 이 친구의 영어는 어학연수가 필요한 수준이 아니었다. 영어 말 몇마디 하는 수준에서 어학연수는 물론 안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어느 정도 중급수준 이상의 영어능력을 구비한 다음에 영어권에 어학연수를 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How are you?”, “Fine, thank you.”를 배우기 위해 어학연수를 갈 필요는 없다. 어학연수는 한국에서 공부해서 영어수준을 한 차원 높이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이 어학연수이다.
 필자는 번역학이 전공이다. 그렇다 보니 주변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어학습에 대하여 물어본다. 영어공부는 어떻게 할지, 영어학원은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 어학연수는 언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말이다. 그러면 필자는 항상 어학연수든, 영어학원이든, 아니면 독학이든 늘 하는 말이 있다. ‘영어 프레임’과 ‘1만시간의 법칙’을 이야기한다.
 1만시간의 법칙이란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1만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영어학습도 마찬가지이다. 영어로 생각하는 시스템, 즉 프레임을 장착하는데 있어서 1만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
 하루 5시간 영어를 공부한다면 1년이면 대략 2000시간, 1만시간을 채우려면 약 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10시간이면 3년이 시간이 걸린다. 언어의 학습영역에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있는데, 한국은 영어가 이중언어가 아닌 철저히 외국어인 사회이다. 그리고 대부분이 한국어가 모국어로 자리를 잡은 이후에 영어를 학습한다. 조기영어교육이라고 해서 어릴 때부터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난리법석을 부리지만 웬만해서 한국에서는 영어전용이나 이중언어 환경이 되지 않는다.
 어릴 때부터 영어권에서 자라면 모를까. 일반적으로 말해서 한국어가 모국어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는 수많은 독해를 통해서 머릿속에 영어식 사고를 하는 틀, 즉 프레임을 세팅해야 한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특히 한국사람들은 남을 많이 의식하고 내세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한 줄에 모르는 단어 한 두개 나오는 소설이나 신문 등 읽을거리를 펴고서 독해를 하는데, 이건 아예 독해가 아니라 암호해독 수준이다. 그래서는 안 된다.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에 몇 개 없는 것, 굳이 사전을 안 찾아도 전후맥락으로 스토리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의 독해자료를 선택해서 읽어야 한다. 한 가지 더 추가하면 소리내어 읽는 것이다. 그러면 시각과 청각이 공감각이 되어 머릿속에 영어프레임이 더 잘 착상된다.
 무수한 시간동안 영어에 노출되면서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이루어지고 계속 영어를 공부하면서 프레임의 용량이 커진다. 인간의 두뇌는 신기해서 학습을 통해 입력이 이루어지고 차츰 프레임을 구성하면 나중에는 프레임 속에서 표현들이 자기네들 끼리 화학작용을 일으켜 생전 처음 보는 문장을 생성해 내어 출력한다. 그리고 영어는 공부가 아니라 생활이 되어야 한다.
 30여년 전 미국에 이민을 가서 사업을 하는 선배가 있다. 월, 화, 수, 목, 금, 이렇게 주 5일을 열심히 미국사회에서 일하다 주말이 되면 한인교회에 가서 한국사람들과 어울린다. 그러면 월요일 아침에는 영어읽기를 통해 혀풀기 연습을 해야 한다. 이 연습을 하지 않고 출근하면 월요일부터 미국사람들와 비즈니스할 때에 영어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도 영어로의 ‘코드 스위칭(code-switching)’ 작업인가 보다.
 성인잡지, 성인용품, 성인영화처럼 성인이라는 말은 다 그렇고 그런데, 성인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좋은 것은 성인교육 밖에 없는 것 같다. 많은 성인들이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려 한다. 한국에서 영어는 권력이기 때문이다. 직업시장에서는 알게 모르게 영어를 구사하는 사람과 영어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의 급여 수준은 다르다.
 필자는 영어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문법책부터 다시 보라고 한다. 이번에는 수험용이 아니라 세세한 것들은 안 봐도 좋다. 문법의 기본 틀을 먼저 잡고 많은 독해를 통해서 영어에 노출되면서 머릿속에 영어프레임 구축을 먼저 하라고 한다. 독해부터 시작해서 차츰 어휘도 쌓이면 쉬운 미국드라마나 영화도 보면서 즐겁게 영어를 공부하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서 굳이 1만시간이 안되어도 영어를 곧잘 하는 자신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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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영돈 2015-12-02 09:36:35
좋은 영어컨텐츠가 많이 나오네요. 저와 아이는 강의들을 시간이 없어서 인강으로 원예나 인강 들으면서 독학하고 있어요. 열심히 기초실력 닦아서 아이와 다양한 활동에 참여해보고 싶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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