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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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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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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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은 듯한 외모에 살인 미소 꽃미남 배우들의 멜로 연기는 그 화려한 겉모습에 시선을 먼저 뺏긴다.  하지만 언뜻 보면 이웃집 아저씨같고 또 언뜻 보면 형사 아니면 깡패 같은 카리스마의 남자 배우들이 보여주는 멜로 연기엔 마음이 뺏긴다.
 이번주 개봉한 `밀양’과 추천비디오 `별’은 대한민국 대표급 배우인 송강호와 유오성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틀을 깨고 각기 다른 스타일로 출연한 멜로 영화다.
 유오성의 2003년작 영화 `별’에서는 광활한 자연이 어우러진 순수한 사랑을 전해주며, 송강호는 `밀양’을 통해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다소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에서 관객의 숨통을 틔어주는 맛깔스런 연기로 `역시 송강호’라는 찬사를 이끌었다.
 
 
 
 
 
 
끔찍한 고통과 절망의 삶
그래도, 난, 살아야겠어요
 
인간 구원의 본질 묻는 불편한 미장센  새영화 `밀양’
이창동 감독 4년만의 신작…전도연·송강호 `소름돋는 연기’
 
 햇볕은 결코 은밀하게 비추지 않는다. 세상을 감싼 햇볕이 비밀스러울 리 없는데도 인간은 미처 그 눈부심을 느끼지도 못한 채, 하물며 곁에 있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한 채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헤맨다.
 햇볕 뜨거운 여름, `비밀의 햇볕’이란 뜻을 가진 경남의 소도시 밀양을 찾아온 신애. 이미 밀양에 오기 전 상처받은 영혼은 밀양에서 그 전까지와는 비교가되지 않을 만큼,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상처를 또 받는다.
 영혼의 피폐함은 한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현실을 벗어나려는 발악에 가까운 몸부림은 모래성처럼 쉽게 부서지고 힘에 겨운 듯 정신을 내주고 만다. 그런 인간에게 은밀히 비추는 햇볕은 희망이, 구원이 될 수 있을까.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에 내놓은 `밀양’(제작 파인하우스 필름)은 그의 전작보다 훨씬 더 직접적으로 구원의 본질을 탐색한다. 시대의 아픔을 말하기보다 언제 어느 곳에서든 벌어질 수 있는 세상살이의 한 단면을 통해 나약한 존재인 인간이 갖고 있는 슬픔과 사랑을 드러내보인다.
 자신을 구원해줬다고 생각한 신에게 배신당한 후 신을 조롱하기 위해 신의 뜻에 충실한 남자를 유혹하는 자리에서 신애를 향해 강렬하게 비추는 햇살과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꾸역꾸역 살아가야 하는 신애의 집 한 켠에 따스히 내려앉는 햇살은 결국 삶 자체가 희망이라고 속삭인다.
 `오아시스’ 이후부터 준비해왔으나 문화관광부 장관직을 맡는 바람에 이를 벗어나고서야 제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이 감독의 `밀양’은 `오아시스’보다 한층 부드러우며 여유롭다. 그의 작품에서 느껴왔던 숨막힐 듯 꽉 찬 기운은 한결 누그러져 여백의 미까지 드러낸다.
 그러나 본질에 대한 탐색은 더 치밀해지고 과감해졌다. 굳이 에둘러 표현하지 않고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선명히 드러나는 본질을 회피하지 않는다.
 남편에 이어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들마저 유괴범에게 살해당한 아이 엄마 신애가 된 전도연은 가슴에 한을 품은 여인과 그 응어리를 폭발적으로 쏟아내는 여인이 돼 관객의 들숨을 유도한다.
 신애의 꽉 막힌 삶을 옆에서 지켜보는 종찬 역의 송강호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로 등장해 관객의 날숨을 돕는다. 결국 인간사에서 사람이 희망이라면, 신애에겐 종찬이 그러하지 않을까. 종찬으로 인해 송강호가 처음 도전했다는 멜로는 기존 멜로영화나 드라마의 틀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띠게 된다.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인 밀양을 찾던 신애(전도연 분)는 갑자기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카센터 사장인 종찬(송강호)의 차를 얻어탄다. “밀양은 어떤 곳인가요?”라고 묻는 신애에게 종찬은 “한나라당 도시고, 부산 가깝고…. 뭐 그냥 사람 사는 동네”라고 답하며 첫 만남부터 오지랖 넓게 신애를 돕는다.
 종찬은 신애의 피아노학원 자리를 알아봐주고, “땅의 흙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남편이 말했다”며 땅을 사려는 신애를 위해 앞장서 땅을 보러다닌다. 그러나 땅을 사겠다는 것도, 동네 여자들과 거침없이 어울리는 것도 신애의 허세였을 뿐.
 어느 날 아들 준이 유괴된다. 종찬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유괴범을 상대하던 신애는 아들의 주검과 아들이 다니던 웅변학원 원장이 범인이라는 끔찍한 현실에 맞닥뜨린다.
 무너져가는 신애는 교회 부흥회에서 응어리진 울음을 쏟아내고 신을 맞아들인다.
 너무나 `쉽게’ 신애는 하나님에게 자신을 의지하며, 삶을 다잡는다. 종찬은 신애 따라 교회에 나가는 등 여전히 자신을 받아들이지 않는 신애 곁을 맴돈다.
 어느 날 신애는 신의 뜻대로 원수를 용서하고, 유괴범에게 신을 맞으라는 말을 하기 위해 교도소로 유괴범을 찾아간다. 그러나 너무나 평온한 유괴범. 그에게 신에대해 이야기하던 신애는 자신의 말을 가로막은 채 “저 역시 신에게 용서를 구했고, 신에게 용서받아 너무나 평온하다”는 유괴범의 말에 모든 게 무너져버린다. 어찌 신이 자신보다 먼저 원수를 용서한단 말인가. 지옥이나 다름없는 삶을 감춘 채 겉으로 신의 품에 안겼던 신애의 생은 통째로 흔들려버린다.
 신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신애는 자신을 교회로 이끈 약사의 남편을 유혹하고, 교회 부흥회에서 목사 설교 중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라는 가사의 노래를 틀어댄다.
 결국 스스로 정신을 놓아버린 신애는 치료 후에도 현실을 온전히 감당하지 못한다.
 다방 레지의 치마 속을 궁금해하는 속물 근성의 종찬은 끝까지 신애를 지켜보지만 그의 고통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의 관계.
 뚜렷한 결론을 내지 않은 영화는 `과연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라는 해묵었지만 숙명처럼 사는 내내 안고 가는 질문을 던지며 보는 이에게 저마다의 답을 생각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음악을 귀 기울여 들어보길. 부에노스아이레스 출신 크리스티안 바소가작곡한 `크리오요(Criollo)’는 `뽕짝’과 같은 친숙한 선율로 편하게 영화에 깔린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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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가슴에 품은 남자
반짝이는 사랑에 눈뜨다
 
추천비디오  `별’
 
 
 2003년 개봉된 영화 `별’(제작 스타후릇)은 밤하늘의 별을 매개로 연결되는 남녀의 사랑과 관계을 다룬 영화다.
 고아 영우, 아들을 잃은 노부부의 삶에는 결핍의 공간이 있다. `영우와 수연’ `영우와 노의사’ `노의사 부부’ 등의 관계를 설정한 뒤 이들 내면의 빈 곳이 사랑으로 치유되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적인 서정성을 대자연 속에서 풀어내 보겠다는 감독의 의도데로 소백산 연화봉의 광활한 자연을 가슴 벅찰 만큼 아름답게 담아냈다.
 주인공 영우가 가을 들판을 달리는 모습이나 넓은 화면으로 잡아내는 설원의 장관은 영화가 끝난 후에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장면.
 전화국 기술자 영우(유오성)는 고아로 자란 탓에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한다. 영우의 취미는 밤 하늘의 별을 보는 것. 착하고 순하기만 한 그의 유일한 말동무는 강아지 알퐁스다. 영우는 통신회사의 기술자로 일하며 성실한 태도로 직장에서 인정을 받지만 동료들은 그를 이용하려고만 하고 그럴수록 그는 마음을 터 놓을 만한 사람을 찾지 못한다.
 동네 수의사 수연(박진희)에게 반한 영우는 키우는 개 알퐁소를 핑계로 그의 주위를 맴돈다. 그러던 어느날 드디어 용기를 낸 영우는 수연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지만 둘은 엇갈린다. 수연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해 괴로워하고 설상가상으로 뺑소니범으로 몰려 고생한 영우. 낙담한 그는 소백산 오지근무를 자원해 알퐁소와 함께 소백산으로 향한다. 그 곳에는 어린 아들을 잃어버린 아픈 과거를 가슴에 담고 있는 노의사부부(이호재·김영애)가 살고 있는데….
 하지만 장대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평작에 그치고 마는 것은 단선적으로만 흘러가는 이야기 전개 때문. 밋밋한 대사는 신파로만 느껴질 뿐 울림을 주지 못하고 간혹 등장하는 무리한 설정이나 상투적인 인물들은 관객들이 영화속에 빠져있는데 방해가 된다.
 상영시간 106분. 12세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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