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음보살의 여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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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보살의 여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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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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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옥 위덕대 성인학습지원처장
[경북도민일보]  최근 우리 대학에는 성인학습자들이 꽤 많아졌다. 100세 시대, 대학이 평생학습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우리나라 교육백년지대계의 일환으로 성인학습자를 위해 대학의 문턱이 많이 낮아진 덕이다. 그들의 학구열은 일반 학생들보다 훨씬 더 높다. 그 중 한 분이 오늘 문득 이런 질문을 했다.
 “어떤 교수님이 저를 보고 보살님이라고 하세요. 저는 카톨릭신자인데…”
 불교에서는 여성 혹은 여성신도를 보살이라고 통칭한다. 카톨릭에서 자매라고 부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살은 원래성별의 구분이 없었다. 보살은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와 중생을 뜻하는 ‘살타’의 합성어 ‘보리살타’의 줄임말로 ‘깨달음을 구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보살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보살은 관음보살이다. 대자대비를 서원으로 하는 관음보살은 관세음보살의 줄임말이다. 세간의 소리를 듣을뿐더러 보기까지 할 수 있는 성인, 또한 지혜를 관조하고 자유자재하는 묘과를 얻는다는 뜻을 지닌 이름이라고 했다. 고달픈 중생에게 온갖 자비를 베푸는 성인이라고 했다.
 탄생설화 속의 관음보살도 여성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관음보살의 모성적 자비심을 강조해 여성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사실 보살은 여래와 마찬가지로 남성과 여성을 초월한 모습으로 나타나 중생을 구제하기 때문에 불교경전의 대부분에도 여성의 형상으로 그 모습을 규정되지는 않았다고 한다. 7세기 중엽 이후에 힌두교의 여성 숭배 신앙이 불교에 유입되면서 여성적인 모습을 한 관음이 경전 상에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중국 송나라 이후 관음보살에 여성적 이미지가 도드라지졌다고 역사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신라시대부터 여성으로 이미지화되었던 것 같다. 이는 신라시대의 불상에서 쉽게 확인된다. 보살은 신라시대의 불상 중에서 대부분 아름다운 여체로 조형되었다. 경주 남산의 부처바위 남면 입상은 풍성한 둥근 얼굴에 어깨는 넓고, 가슴을 부풀어 오른 반면에 허리는 가늘다. 상대적으로 풍성한 엉덩이와 두 다리로 이어지는 양감은 고혹적이기까지 하다.
 칠불암 마애삼존불의 좌우협시보살도 하나같이 아름답고 화려한 외양과 머리와 목의 장식, 팔찌와 옷의 주름이 있어 여성으로 형상화되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삼릉계곡의 마애관음보살상이며, 선각 아미타삼존상의 좌우협시보살, 선방골 석조삼존불의 관세음보살과 대세지보살도 부드러운 미소며 몸의 장식이 모두 여성의 자태를 지니고 있다.
 특히 석굴암의 십일면관음보살상은 그 아름다움이 관음보살상 중 단연 압권이다. 어떤 현학자는 그 완벽한 조화미에 반하여 ‘미스 통일신라’라 명명하기도 했을 정도로 완벽한 조화미를 갖추고 있다.
 보살의 여성성은 단지 이들 조형물에서만 확인되는 것이 아니다. 신라시대의 문학작품과 설화 속에서도 관음보살은 여성으로 현신한다. ‘삼국유사’ 탑상편에는 사람의 모습으로 현신한 관음보살의 이야기가 많다. 전쟁통에 잠시 절에 맡겨진 아이 젖 먹여 보살핀 중생사의 관음보살, 남백월산의 두 성인 노힐부득과 달달박박 앞에 차례로 나타나 이들의 깨달음을 시험하고 성불하게 한 낭자, 의상과 원효 앞에 나타난 흰 옷의 여인들, 이들은 모두 관음보살의 화신이었다.
 신라 경덕왕 때 한기리에 사는 희명이라는 여자아이가 태어난지 5년 만에 눈이 멀었다. 어느 날 그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분황사 좌전 북쪽 벽에 그려져 있는 천수천안관음보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고는 아이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였더니 멀었던 눈이 뜨였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노래와 함께 삼국유사에 실려 있다.
 “무릎을 세우고 두 손을 모아 천수관음 앞에 나아가 비나이다/일천 손과 일천 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기를/둘 다 없는 이 몸이오니 하나만이라도 주옵소서/아아, 나에게 주시오면 그 자비 얼마나 크시리이까”
 중생의 아픔과 괴로움과 슬픔을 보듬고 감싸고 어루만져 주는 관음보살은 포용력 있고 자기희생정신이 남성보다 월등 강한 여성의 성정이라고 우리 선인들과 불교인은 인식하였던 듯하다. 원래 성(性)의 구분이 없던 보살, 혹은 관음보살이 여성으로 현현된 것은 관음보살의 자애와 지혜가 남성보다는 여성성과 더 맞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여성 또는 어머니는 이 세상 그 어떤 강대한 힘과 겨루어도 이길 수 있는 힘이라는 믿음은 고금이 다르지 않음을 새삼 깨닫는다. 불교계에서 여성을 보살이라고 칭하는 것은 여성은 태어나면서부터 깨달은 사람으로 존중하기 때문은 아닐까 싶다. 여성임에 자긍심을 갖자는 말과 함께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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