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총리 후보자 설득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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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 후보자 설득의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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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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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11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경제학 박사다운 식견과 균형 잡힌 정책관을 보여 줬다.
 재선 국회의원에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낸 이력에 걸맞게 우리 경제의 실태와 문제점, 나아갈 길에 관해 합리적이고 무난한 견해를 막힘 없이 표명했고, 청문위원인 국회의원들도여러 현안에 관해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 속에서 청문회는 비교적 원만하게 진행됐다.
 이미 장관 후보자로서 청문회를 거친 때문인지 도덕성이나 사생활에 관해서도 큰 논란은 없었다. 경제민주화, 서비스산업발전법, 누리과정 비용 부담 등을 둘러싸고 야당 의원들의 공세적인 발언이 있었지만 유 후보자 개인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유 후보자는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가장 큰 문제로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들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구조개혁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또 한계기업에 대한 선제적·상시적 구조조정과 이를 위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의 필요성, 소득세·법인세·주세 인상, 추가경정예산안, 일본 등과의 통화스와프, 연말정산, 면세점 허가제도 등 구체적인 정책 현안에 관해 정리된 견해를 제시해 ‘준비된 후보자’의 면모를 보였다. 물론 발언 시간 제한 등 인사 청문회의 본질적인 한계탓에 질의가 피상적일 수밖에 없었고, 답변 역시 구체적인 내용을 담기에 부족했다.
 그러나 유 후보자의 발언 가운데 큰 흠결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 후보자의 차분하고 조용한 말투와 어우러져 그가 ‘무난한 관리자’라는 느낌이 들게 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여건이 ‘무난한 관리’를 통해 현상 유지만 하면 되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만한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대내외 경제 불안요인을 바라보는 유 후보자의 인식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점은 우려스럽다. 유 후보자는 미국의 금리 인상, 중국의 성장률 둔화 등으로 요약되는 이른바 ‘G2 리스크’에 대해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으며, 정부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3.1% 성장’에 대해서는 “추경을 동원하지 않고서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소비 절벽’ 우려에 대해서는 “소비가 큰 폭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고, 가계 부채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의원들이 거듭해서 현 경제 상황이 ‘위기’인지를 질의하자 일관되게 “녹록지는 않으나 위기라고 보지는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그러나 다수의 국내외 관련 기관들이 이미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춰 잡고 있으며, 일자리 부족이나 가계 부채 급증, 빈부 격차 확대 등에 따른 체감 경기의 쌀쌀함은 IMF 구제금융 사태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에 못지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유 후보자의 답변은 ‘낙관론’으로 들린다.
 무엇보다 이번 청문회에서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결기가 부족한 점이 아쉽다. 구조개혁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은 거듭 강조하면서도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이에 답답함을 느낀 듯 일부 여당 의원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야당 의원들 집 앞에 텐트라도 치고 지키고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유도성 질문’을 하기도 했다.
 지금 절실히 요구되는 구조개혁이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정치권의 당리당략에 막혀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경제부총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은 설득의 능력일 것이다. 유 후보자가 청문회장에서 보여 준 합리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도 필요하지만, 이해 당사자들을 설득하겠다는 열정과 뚝심도 중요하다. 청문회장에서 보여준 ‘순둥이’ 이미지가 경제팀을 이끌 유일호 후보자의 본모습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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