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역할론’과 오바마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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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역할론’과 오바마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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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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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거의 같은 시간에 신년 첫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초 전 세계를 놀라게 한 북한의 전격적인 4차 핵실험 이후 불과 일주일 만이어서 두 정상의 연설 내용에 쏠린 관심은 컸다. 박 대통령은 예상대로 대북 제재를 위한 중국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북핵 불용’ 의지가 실제 필요한 조치로 연결되지 않으면 앞으로 5번째, 6번째 추가 핵실험도 막을 수 없고, 한반도의 진정한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없다”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중국이 확실한 의지를 갖고 공언한 대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핵실험 직후에는 북한에 비판적 태도를 보이다가 실제 안보리 제재 논의에서는 북한을 감싸온 전례가 이번에도 되풀이된다면 북한의 추가적인 핵실험을 막을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 경사’라는 비판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우방 정상 가운데는 유일하게 베이징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다.
 박 대통령은 “어렵고 힘들 때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고 했다. 미·중간 헤게모니 각축전이 치열한 동북아에서 대한민국 국가 원수가 중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군사 퍼레이드에 참석하는 결단을 내린만큼 중국도 우리가 필요로 할 때 어떤 액션을 취해줘야 한다는 암묵적 압박인 셈이다.

 기회만 있으면 ‘역대 최상의 한중 관계’라고 자평했던 외교부다. 그런데 대통령까지 나서 공개적으로 중국의 역할을 요구하는 상황을 맞게 됐으니 답답할 뿐이다. 중국의 이중적 태도가 몹시 실망스럽긴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중국에 ‘북핵 불용’의지의 실천을 재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의 엄중함 때문이다.
 이번에도 북한의 핵실험을 눈감아 주는 모양새로 대북 제재가 결론이 난다면 중국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북핵을 저지할 마지막 기회를 놓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차원에서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면 공개적 요구뿐 아니라 시진핑 국가 주석에게 특사라도 보내야 할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북한의 기습적 핵실험이 전 세계, 특히 미국의 관심과 시선을 끌기 위한 것이었다면 아예 그들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 상대의 노림수에 놀아나지 않는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7년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는 북핵을저지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핵의 진화’만을 초래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실패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핵 문제를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 아니라 그의 남은 임기 1년 국정 운영의 우선순위에서 제쳐놓은 것이라면 이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북핵은 한반도뿐 아니라 미국을 함께 겨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로 북핵 문제를 다룰 것”을 박 대통령과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도 북핵 문제를 계속 방치한다면 머지않아 소형화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과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더 어려운 국면을 맞게 될지도 모른다.
 이란, 쿠바와도 대화를 통해 핵 협상을 타결짓고 국교를 정상화한 미국이다. 북핵 문제도 전략적 인내라는 이름으로 미뤄놓지 말고 적극적인 의지와 행동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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