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대응 ‘총체적 부실’, 역시 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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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대응 ‘총체적 부실’, 역시 人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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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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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발생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사태는 역시 인재(人災)였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질본) 등 18개 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메르스 예방 및 대응 실태에 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이를 확인했다.
 감사 결과에 따라 감사원은 질본 12명, 복지부 2명, 보건소 2명 등 총 16명에 대해 징계조치를 취했다고 14일 밝혔다. 양병국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임 통보됐고, 복지부 1명, 질본 8명 등 9명이 중징계 대상이 됐다. 사태 당시 주무장관이던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지난해 8월 사퇴했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감사원이 종합적으로 상황을 고려해 결정했겠지만, 주무 장관이 이렇게 면책되는 게 국민 정서로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듯싶다.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메르스 사태 초기 대응부터 방역 조치까지 곳곳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우선 초기 대응 이전에 대비태세조차 전혀 갖춰지지 않았다. 질본은 2013년 7월~2015년 2월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8차례나 메르스 연구·감염 방지 대책이 필요하다는 권고를 받았다. 여기에 국내 전문가가 2차례자문을 했는데도 메르스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 어이없는 낙관주의 때문이라고 봐야 할 부분이다.
 또 지난 2014년 7월 메르스 지침을 만들면서는 관리 대상을 ‘환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시간 이상 접촉’한 경우로 좁게 설정해 큰 구멍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이런 부실 지침으로 최초 전파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1번 환자와 접촉한 48명이 관리 대상에서 빠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초 환자 발생을 확인하는 일부터 방역격리조치에 이르기까지 문제 투성이였다. 질본은 보건소로부터 첫 환자 신고를 받고는, 이 환자의 방문국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신고 철회를 종용하고 진단검사를 거부했다. 이런 판단 실수 때문에 최초 신고 접수 후 34시간이 지나서야 1번 환자의 검체가 접수됐고, 그만큼 확산 위험이 커졌다. 이어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에서도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지 않아 무려 16명이 격리되지 않은 채 삼성서울병원등으로 이동해 바이러스를 퍼뜨리게 만들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에서도 격리대상 분류와 통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병원명과 환자명단 비공개 방침이 사태를 더 키웠던 사실도 드러났다. 심지어 삼성서울병원 의사의 경우는 확진 판정이 내려진 지 사흘 뒤에 확진 일자를 조작해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니 충격적이다.
 삼성서울병원도 비협조로 일관했다. 역학조사관의 접촉 명단 요구에 병원 측은 678명의 명단을 작성하고 117명만 제출했고, 나머지 명단은 이틀 뒤에야 제공했다. 이틀 동안 12명의 4차 감염자가 생겼다. 병원 측은 또 1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했다는 사실을 의료진과 공유하지도 않았다고한다. 삼성서울병원은 과징금 등 제재조치 대상이 됐다.
 이런 지적들이 모두 사실이라니 눈을 의심하고 싶다. 보건당국은 물론 병원에 이르기까지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도 이런 비상사태가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가정하고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감사원 결과 보고서의 핵심 지적은 물적·인적 자원의 미비보다는 시스템과 대응 자세에 관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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