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외압이 포스코의 첫 적자 불렀다
  • 김호수
정치권 외압이 포스코의 첫 적자 불렀다
  • 김호수
  • 승인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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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호수] 1997년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내노라 하는 재벌-대기업들의 부채가 모두 400%를 넘었다. 한국의 30대 기업집단이었던 한보·진로·기아 등이 줄줄이 부도 처리 됐다. 재계 서열 4위 대우그룹은 아예 공중분해 됐다. 대기업 부도 사태는 금융 위기의 도화선이 됐다.
 당시 외환위기로부터 자유스러운 기업이 있었다. 포스코와 삼성전자다.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100%가 채 안 됐다. “부채비율을 80% 아래로 지킨다”는 박태준 창업자의 서릿발같은 원칙 덕분이다. 포스코는 그해 7000억원 흑자를 냈다. 포스코 말고 이익을 낸 곳은 삼성전자뿐이었다.
 그 포스코가 2015년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불길한 예상이다. 순손실 규모가 450억∼142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1968년 설립 이후 47년 만에 첫 적자를 내는 셈이다. 포스코는 작년 10월 스스로 3000억원의 예상 적자를 공시했다.
 물론 철강업 가운데 어려운 곳이 포스코 뿐만은 아니다. 세계철강업계가 모두 불황이다. 중국철강의 공급과잉으로 말미암은 철강시장 교란에서 비롯된 철강업 침체는 글로벌 경기 후퇴로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수요처인 조선·자동차·건설산업 등의 어려움이 철강산업으로 옮았다.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흑자다. 이익이 줄어들었지만 철강 부문이 버틴 덕이다. 그러나 계열사와 해외자산의 평가손실과 환율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 등으로 ‘포스코=적자회사’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포스코를 ‘적자회사’로 만든 사람은 전임 회장들이 해외 투자와 인수·합병으로 시도했던 신사업 실패다. 그 배경에는 영락없이 ‘정권실세’들의 입김이나 농간이 있었다.
 역대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그 정권과 가까운 인물들이 CEO로 등장하면서 포스코 창업정신은 무너졌다. “제철소는 조상의 피 값으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같이 영일만에 빠져 죽어야 한다”던 박태준 창업자의 절규는 이권과 특혜 속에 바래져 갔다. 그 결과 50조원 이상의 사내 유보금이 바닥났고, 삼성전자를 넘어섰던 주가가 반토막 나버렸다.
 포스코 계열사는 무려 46개다. 작년 말까지 처분한 19개를 빼고 남은 게 그 정도다. 철강업 포스코가 M&A 할 때마다 잡음이 들려왔다. 어느 전임 회장은 취임하자마자 기업 인수 합병에 열을 올렸다. ‘자원외교’에 부응해 자원 외교 시장에 무려 7조원을 쏟아부었다.
 포스코가 인수한 기업 가운데 부실기업 성진지오텍 M&A는 포스코 역사에 치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소유주로부터 주식 440만주를 인수하면서 주당 1만6330원, 모두 719억원을 지불했다. 성진지오텍은 이 주식을 포스코에 팔기 6일전 산업은행으로부터 주당 9620원에 사들였다. 매입가격은 424억원. 포스코가 산업은행으로부터 직접 주식을 샀더라면 300억원을 아낄 수 있었다.
 이런 비리가 난무하는 가운데 2009년 36개이던 계열사는 2012년 71개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정 회장이 주도한 M&A 가운데 흑자를 본 기업은 대우인터내셔날 정도다. 지난해 말 검찰이 이상득 전 의원과 정준양 전 회장을 불구속 기소한 것은 포스코의 ‘민낯’이다.
 권오준 회장의 포스코는 지난해 5월 그룹 내 고위 임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면서 비상경영쇄신위원회를 발족했고 7월 그룹 차원의 대대적인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부실 국내 계열사를 2017년까지 50% 수준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권 회장은 사내 행사에서 “경쟁사가 만들기 힘든 월드프리미엄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판매를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적자 포스코’를 흑자로 돌리는 것도 중요하다. 더 화급한 것은 정치권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이다. 그 것은 포스코의 힘만으로는 어렵다. 정권이 포스코가 ‘철강’에 집중하도록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러나 권력은 ‘밑밥’을 탐내는 속성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권오준의 포스코는 “제철소는 조상의 피 값으로 짓는 것이다. 실패하면 다같이 영일만에 빠져 죽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또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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